[이 아침에] 훌륭한 문화를 일구려면 .. 정옥자 <서울대 국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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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자 < 서울대 국사학 교수.규장각관장 >
중동의 아프가니스탄에서 우상숭배의 대상이라는 이유로 정권에 의한 불상의 훼손이 자행되고 있다는 보도다.
이슬람교 입장에서 보면 불교도의 숭배대상인 불상은 파괴대상일지 몰라도, 비교도(非敎徒)를 비롯한 세계인의 입장에서 보면 불상은 인류가 공유해야 할 귀중한 문화재다.
문화재는 이렇게 권력에 의해 수난을 받는 일이 많다.
일제도 조선왕실 관계 문화재를 대대적으로 훼절했다.
그 의도는 자신들이 무너뜨린 조선왕조의 존재가치를 말살시키려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민족의 문화능력을 약화시켜 정체성을 해체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더욱 한심한 일은 우리 자신에 의한 문화재 훼손이다.
서울 부근의 왕릉들은 개발과 현실적인 필요에 밀려 수난을 당했다.
예컨대 석관동 소재 경종의 의릉은 경내가 축소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는 철거해야 할 건물들이 즐비한데 왕릉 앞에 파 놓은 연못물은 자정기능이 없어 썩어가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예전에 있던 소나무들을 뽑아내고 일본 종 나무들을 심어 일본식 정원을 만들어 놓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복원하는데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말만 들릴 뿐이다.
문화재 복원에 있어서 같은 위치에 다른 성격의 문화유적이 중첩되어 있을 때, 무엇을 선택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도 있다.
서울시가 탑골공원을 성역화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탑골공원은 원래 원각사가 있던 곳이므로 원각사를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일제의 폭압에 맞서 독립운동에 불을 지른 진원지로서 그 역사적 의미를 누구나 공감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당산역 부근의 양화진과 잠두봉 유적의 복원은 심사숙고해야 한다.
양화진은 조선시대 수도인 서울을 방비하던 수군부대가 진을 치고 있던 곳이고, 그 옆의 잠두봉은 서울부근의 대표적인 경승지다.
그 봉우리가 누에머리를 닮았다 하여 ''잠두봉''이던 것이, 조선말 천주교도의 처형장이었다 하여 속칭 ''절두산''이라는 이름도 있다.
지금 그 누에머리에 해당하는 곳에는 성당이 있다.
이 유적의 경우 특정종교의 성지라기 보다는, 양화진과 잠두봉이라는 문화재를 복원한다는 점에 의미부여를 해야 할 것이며, 국민적 공감대에 입각해야 할 것이다.
또 옛 왕조의 수도인 경주나, 한강 부근의 풍납토성은 지하에 유적이 묻혀 있어서 그 보존이 더욱 문제가 된다.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재개발단계에서 하루아침에 재산권을 잃게 되니 그야말로 비극이다.
문화재도 보존하고 주민도 살려야 하니, 즉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데 어려운 일이다.
경주의 경우, 아예 신도시를 건설하여 구경주는 문화재의 보고로 보존하고, 주민들은 신경주에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어 주고, 생산기반을 갖춰 주는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풍납토성의 경우, 국가가 보상을 해 주어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하므로 대토하여 토지로 보상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저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가차원의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문화재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작업을 통해 ''문화재 지도''와 ''문화재 연표''를 작성하고, 각 문화재의 중요도를 평가하여 종합적인 자료집을 만들어 문화재 보호를 위한 국가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그 비용은 국가예산에 적극 반영하고, 대기업들의 문화재단과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기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훌륭한 문화를 일구는 방법은 우수한 민족문화를 토대로 필요한 외래문화를 적극 수용하여 보완하는 것이다.
그 민족문화의 실체가 바로 문화재인 것이다.
문화재도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으로 보살피고 수리하며 가꿔야 한다.
일제에 의해 훼절된 문화재는 물론, 6.25 전쟁으로 파괴된 문화재,그 후 우리 손으로 훼손한 문화재, 방치하여 허물어져 내리는 문화재 등 모든 문화재에 대한 검진작업을 하여 복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문화재 기금을 만들 필요가 있다.
중동의 아프가니스탄에서 우상숭배의 대상이라는 이유로 정권에 의한 불상의 훼손이 자행되고 있다는 보도다.
이슬람교 입장에서 보면 불교도의 숭배대상인 불상은 파괴대상일지 몰라도, 비교도(非敎徒)를 비롯한 세계인의 입장에서 보면 불상은 인류가 공유해야 할 귀중한 문화재다.
문화재는 이렇게 권력에 의해 수난을 받는 일이 많다.
일제도 조선왕실 관계 문화재를 대대적으로 훼절했다.
그 의도는 자신들이 무너뜨린 조선왕조의 존재가치를 말살시키려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민족의 문화능력을 약화시켜 정체성을 해체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더욱 한심한 일은 우리 자신에 의한 문화재 훼손이다.
서울 부근의 왕릉들은 개발과 현실적인 필요에 밀려 수난을 당했다.
예컨대 석관동 소재 경종의 의릉은 경내가 축소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는 철거해야 할 건물들이 즐비한데 왕릉 앞에 파 놓은 연못물은 자정기능이 없어 썩어가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예전에 있던 소나무들을 뽑아내고 일본 종 나무들을 심어 일본식 정원을 만들어 놓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복원하는데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말만 들릴 뿐이다.
문화재 복원에 있어서 같은 위치에 다른 성격의 문화유적이 중첩되어 있을 때, 무엇을 선택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도 있다.
서울시가 탑골공원을 성역화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탑골공원은 원래 원각사가 있던 곳이므로 원각사를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일제의 폭압에 맞서 독립운동에 불을 지른 진원지로서 그 역사적 의미를 누구나 공감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당산역 부근의 양화진과 잠두봉 유적의 복원은 심사숙고해야 한다.
양화진은 조선시대 수도인 서울을 방비하던 수군부대가 진을 치고 있던 곳이고, 그 옆의 잠두봉은 서울부근의 대표적인 경승지다.
그 봉우리가 누에머리를 닮았다 하여 ''잠두봉''이던 것이, 조선말 천주교도의 처형장이었다 하여 속칭 ''절두산''이라는 이름도 있다.
지금 그 누에머리에 해당하는 곳에는 성당이 있다.
이 유적의 경우 특정종교의 성지라기 보다는, 양화진과 잠두봉이라는 문화재를 복원한다는 점에 의미부여를 해야 할 것이며, 국민적 공감대에 입각해야 할 것이다.
또 옛 왕조의 수도인 경주나, 한강 부근의 풍납토성은 지하에 유적이 묻혀 있어서 그 보존이 더욱 문제가 된다.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재개발단계에서 하루아침에 재산권을 잃게 되니 그야말로 비극이다.
문화재도 보존하고 주민도 살려야 하니, 즉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데 어려운 일이다.
경주의 경우, 아예 신도시를 건설하여 구경주는 문화재의 보고로 보존하고, 주민들은 신경주에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어 주고, 생산기반을 갖춰 주는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풍납토성의 경우, 국가가 보상을 해 주어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하므로 대토하여 토지로 보상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저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가차원의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문화재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작업을 통해 ''문화재 지도''와 ''문화재 연표''를 작성하고, 각 문화재의 중요도를 평가하여 종합적인 자료집을 만들어 문화재 보호를 위한 국가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그 비용은 국가예산에 적극 반영하고, 대기업들의 문화재단과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기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훌륭한 문화를 일구는 방법은 우수한 민족문화를 토대로 필요한 외래문화를 적극 수용하여 보완하는 것이다.
그 민족문화의 실체가 바로 문화재인 것이다.
문화재도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으로 보살피고 수리하며 가꿔야 한다.
일제에 의해 훼절된 문화재는 물론, 6.25 전쟁으로 파괴된 문화재,그 후 우리 손으로 훼손한 문화재, 방치하여 허물어져 내리는 문화재 등 모든 문화재에 대한 검진작업을 하여 복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문화재 기금을 만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