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보증이 1조1천억원이 넘는 거액의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자칫 분양보증이 중단될지 모른다니 큰 일이다.

선분양제가 일반적인 우리 현실에서 보증중단은 곧바로 아파트분양 마비로 이어져 경제적 타격은 물론이고 사회적 물의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대한주택보증의 재무상태 악화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그 파급효과가 엄청나다는 점을 뻔히 알면서도 문제를 덮어 두는데만 급급해온 관련부처의 무능과 무사안일이다.

건교부는 오는 5월까지 국민주택기금에서 1조원을 지원하고 동시에 1조7천억원의 금융기관 채권중 8천억원 정도를 출자전환하는 대책을 추진중이다.

계획대로 되면 자본잠식 상태를 면하게 돼 분양보증을 계속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증자시기가 문제다.

결산결과가 확정되는 이달말 주총 이전에 증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당장 분양보증이 중단될 판이다.

건교부에서는 급한 나머지 자본잠식 상태에서도 보증업무를 할 수 있도록 정관을 고치는 방안을 검토하는 모양이나 이는 정부당국이 앞장서서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것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주택기금 투입은 당장이라도 가능한 만큼 채권금융기관들은 내키지 않겠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다면 출자전환을 서둘러 이달안에 증자를 마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증자로 고비를 넘긴다고 해도 이는 단지 미봉책에 불과하며 얼마 안가 똑같은 사태가 되풀이 될 것이 뻔하다는게 더 큰 문제다.

그렇다고 국민주택기금 부실규모가 수조원에 이르는 마당에 기금을 계속 쏟아부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렇게 주택보증이 ''돈 먹는 하마''로 낙인 찍힌데는 누적된 부실경영과 주택경기의 장기침체 탓이 크지만 근본원인은 선분양제도에 있다.

부도난 업체의 건설현장을 인수해 완공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지급까지 해주다가 멀쩡한 주택건설업체까지 쓰러질 지경이다.

원래 업계의 자금부담을 덜어줘 주택공급물량을 늘리기 위해 시행된 이 제도가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연쇄도산을 촉발하고 있으니 이제는 먼저 집을 짓고난 뒤 분양하는 후분양제로 전환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주택건설업체의 자금부담이 커져 일시적으로 주택공급물량이 줄어들고 주택시장에 심리적인 충격을 줄지 모르지만 언제까지 선분양제를 고집할 수 없다면 지역별 주택규모별 단계적인 후분양제 시행방안을 서둘러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