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러스 팔 < 아.태정책센터 소장 >

북한 정책에 있어 미국은 갈수록 경찰관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즉 범인을 무장해제하고 그가 더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거리에서 추방하는 경찰관의 모습이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대북정책과 관련, 이와는 상반된 성직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죄인을 이해하고 용서하며 그가 회개하도록 시간과 공간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다.

김 대통령은 미국방문중 조지 부시 대통령을 포함한 여러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김 대통령은 곧 있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2차 남북정상회담전에 부시 행정부와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는 워싱턴이 ''햇볕정책''을 지지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와 함께 클린턴 행정부 시절 얘기됐던 경수로 건설계획 및 방북계획 등도 지속적으로 추진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무엇보다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 체계 구상과 관련해 양국간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지난주 김 대통령은 서울을 방문한 푸틴 러시아대통령과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의 NMD에 반대하는 듯한 태도를 표명해 부시 행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후 진의를 해명하려는 한국관리들의 노력으로 워싱턴의 우려는 어느 정도 완화되었지만 김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일이 필요하다.

NMD에 대한 어떠한 정책이나 이견도 갖고 있지 않다는 한국정부의 공식입장 표명으로 부시 대통령과 김 대통령은 공개적으론 이 문제를 비켜갈 수 있겠지만 사적으로는 김 대통령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의심은 남을 수 있다.

김 대통령은 북한에 퍼주기만 하고 제대로 받아내는 것은 거의 없다는 한국내 일부의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관'' 부시 대통령은 ''성직자'' 김 대통령이 성급하게 통일의 꿈을 실현하려다 한·미간 안보 공조체계를 약화시키지나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대통령에게 있어 ''햇볕정책''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것이다.

이는 수십년에 걸친 격리 수감 망명 등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지난해 6월 이뤄졌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은 그의 관용적인 접근태도가 유효했음을 입증했으며 결과적으로 그에게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노벨평화상의 영예를 안겨다 주었다.

그러나 최근 남북관계에서 일방적으로 양보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국내에서 김 대통령의 인기는 떨어졌으며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부시 행정부가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기조를 크게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향후 대북정책을 포함한 외교적 틀을 그대로 유지할지 현재로서는 단정하기 어렵다.

워싱턴의 대북관련 기조는 ''너무 앞서나가지 않으며 지나치게 매달리지 말자''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국방관리들은 한국과 미국등의 지원으로 북한이 무기구입을 계속하고 군사력을 강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다른 미국의 관리들은 또 한국기업들의 대북투자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자유시장경제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반대의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관리들은 김 대통령이 곧 있을 북한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선언''을 채택하려는 계획에도 다소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다.

미국은 목적으로서의 평화와 실제적인 성취로서의 평화가 차이가 있다는 점을 한국은 물론 일본등 주변 인접국들도 인식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정리=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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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워싱턴에 있는 아시아태평양정책센터 소장인 더글러스 팔이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에 기고한 ''북한문제에 대한 타협''이란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