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성 < 한국상장회사協 자문위원.공인회계사 >

현행 회계기준이나,새로 공표하려는 기업회계기준서 공개초안 제01-1호 ''회계변경과 오류수정''에서는 회계처리방법을 변경하거나 과거의 오류를 수정하려면,반드시 전기의 이익(이월 이익잉여금)을 소급 수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소급수정방법은 얼핏 상당히 논리적이고 적절한 방법같아 보이지만, 그 내막을 보면 적지 않은 모순과 문제점이 있다.

첫째,현행 상법상 이익은 반드시 주주총회에 보고해 확정하도록 정해져 있고, 이렇게 확정된 이익(배당가능이익)에서 주주가 원하는 만큼 배당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결산 총회에서 당해기간의 손익을 확정하는 제도를 ''기간손익확정제도'' 또는 ''결산확정제도''라고 한다.

상법은 물론 세법에서도 예외없이 지켜온 전통적인 손익계산제도다.

즉 일단 주주총회에서 확정.공표된 결산손익을 다시 번복하지 않는 것이다.

가령 다음해에 과거의 오류가 발견되더라도 그 오류를 과거로 소급 수정하지 않고, 수정하는 당해연도 손익(특별손익)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현행 상법이나 법인세법 규정이 이같은 손익확정제도를 기본전제로 운영됨에도 불구하고, 기업회계기준은 과거 기간의 이익이 이익배당으로 처분됐더라도 과거의 잘못된 오류는 과거로 소급해 수정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버스 지나간 뒤 손드는 격으로 지나간 과거를 이제 와서 바로 잡아 본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분쟁만 일으킬 것이니 덮어 두고 금년도 손익에 포함시키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는 ''결산확정제도''가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주식회사제도 측면에서 볼 때, 금년 주총에서 이익이 발생해 배당을 지급했다고 하자.

그런데 내년에 가서 회계변경을 하거나 오류가 발견돼 소급수정을 하게 되면, ''이익''이 ''결손''으로 뒤집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이미 지급한 배당금이 ''잘못된 배당''으로 될 수도 있다면, 어느 회사가 안심하고 이익배당을 할 것이며, 누가 안심하고 투자하려 할 것인가.

때로는 전기와 당기의 주주간에 배당금 지급을 놓고, 서로 자기 몫이 적어졌으니 보상하라는 등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면 주식회사제도가 원만하게 운영될 수 있겠는가.

때문에 상법은 일단 확정된 이익을 번복해선 안된다.

과거의 잘못이 발견되더라도 그것은 발견된 당해 손익(특별손익)으로 처리해야 회사도 안심하고 배당할 수 있고, 주주나 투자자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어 주식회사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이는 보통 회계의 ''이해조정 기능'' 또는 ''계약지원 기능''이라 하여 정보제공 기능보다 중시하는 회계의 기본적 역할인 것이다.

둘째, 소급수정방법, 즉 전기이익을 수정하는 방법은 정규 부기원리 내지 회계원칙에도 어긋나는 방법이다.

즉 모든 손익거래는 반드시 손익계산서를 통과해야 이익잉여금으로 계상될 수 있다는 원칙을 위배하는 처리방법이다.

전기 손익만은 손익계산에 반영하지 않고도 이익잉여금으로 직접 회계처리함으로써 손익계산서 제도를 무시하는 ''부당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를 악용하려는 사람에게는 손익계산서에 표시하지 않고도 남들 모르게 대차대조표에서만 교묘히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할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이익이 많이 나는 해는 이익을 감추고, 그 해를 넘겨 다음해에 전기오류로 소급 수정해 전기이익을 늘릴 수 있고, 반대로 결손이 나는 해에는 비용을 감추고 전기이익을 줄일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 방법인가.

이렇게 처리하는 것이 기업회계기준에 따른 손익계산방법이고 재무제표작성법이라면 과연 우리 기업회계를 옳다고 하겠는가?

물론 미국식 소급수정방법이 회계정보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주식회사제도, 특히 이익배당의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상법이나,과세소득을 공평하게 산정하려는 법인세법 입장에서 볼 때, 우리 기업회계는 이같은 목적들에 역행하는 것이다.

기업회계는 왜 이와 같이 골치 아픈 문제를 안고 있는 소급법을 주장해 상법이나 법인세법에서 멀어지고 있는가.

우리 기업회계가 우리나라의 법적.경제적 배경을 외면, 이해조정 기능을 잃을 때 우리의 회계기준으로 그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는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