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금융기법과 막강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국내로 몰려오고 있다.

올 상반기 중 은행 증권 보험 투신운용 등 20여개의 외국금융사들이 현지법인 또는 지점설치를 준비 중이다.

외국인들은 이미 국내 금융시장의 주도 세력으로 부상했다.

제일 한미 외환 하나 국민은행의 1대 주주로서 경영권을 인수했거나 제한적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 은행의 국내 여ㆍ수신 점유율은 전체의 50%에 육박하고 있다.

외국증권사 국내지점과 외국인이 1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증권사의 시장점유율(거래대금 기준)은 97년 3.9%에서 지난해 말엔 10.7%로 급등했다.

외자계 생명보험사의 시장점유율도 지속적으로 상승,97년 말 1.3%에서 지난해 말엔 9.3%로 치솟았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주식의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말 30.1%로 외환위기를 맞은 97년 말(14.6%)의 두배 수준이다.

이처럼 외국자본의 영향력이 커지자 윔블던 효과(외자유치가 국내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는 뜻)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외자가 유입되면서 관치금융이 줄어들고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등 선진 경영관행 정착에 기여한다는 주장이 주류를 이루지만 일부에선 산업의 핏줄인 금융회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자본종속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뉴브리지에 팔린 제일은행을 놓고도 ''선진금융기법의 전도사''와 ''수익에만 몰두하는 장사꾼''이란 엇갈리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회사채 인수요청에 ''노(NO)''라고 대답하고 월평균 잔액이 10만원 미만인 계좌에 수수료를 물리는 등 제일은행의 행보는 금융계에 논란을 촉발시켰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상일 수석연구원은 "외자유치 일변도의 정책기조에서 벗어나 외자유입의 득실을 재점검,외자의 빛은 극대화하고 그늘은 최소화하는 쪽으로 외자정책을 탄력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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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윔블던 효과=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 주최국인 영국 선수가 우승하는 일은 드물다.

윔블던이 집안잔치가 아니라 세계적 선수들이 모두 참가하는 국제무대이기 때문이다.

대신 윔블던은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영예를 한껏 드높인다.

이같은 현상을 윔블던 효과(Wimbledon Effects)라고 한다.

1979년 금융위기를 맞은 영국은 개혁을 단행했다.

증권거래 개선을 목표로 시작된 빅뱅은 금융산업 전반의 개방화 국제화 종합화 추세로 번졌다.

세계 유수의 은행 및 증권사가 경쟁적으로 진출하면서 영국은 국제금융의 무대가 됐다.

금융빅뱅으로 영국이 갖고 있던 금융회사가 대거 미국으로 넘어가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영국 금융회사의 경쟁력 향상과 금융노하우 축적으로 이어졌다.

결국 런던은 세계금융중심지의 위상을 되찾게 됐다.

순효과가 더 많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