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법''과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 등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2개 법안의 이번 임시국회 통과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외환관리 공백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회 법사위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자금세탁방지법의 한 축인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을 내달 2일 공청회를 연 뒤 본격적으로 심사하기로 했으나 개별 의원간 입장차가 커 진통이 예상된다.

우선 민주당 천정배 송영길 의원 등은 정부안에서 제외됐던 정치자금세탁 행위를 자금세탁 처벌 범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상당수 법사위원들은 "당초 정부가 제출한 법안에도 없었던 내용을 국회 심의과정에서 포함시킬 이유가 없으며 국제 관례상 정치자금 세탁 행위는 처벌대상이 아니다"며 반대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또 탈세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포함하는 문제도 쟁점이다.

국회 재경위는 탈세에 대해서는 자금세탁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의견서를 법사위에 제출했지만 천정배 의원 등은 반드시 포함시키자는 입장이다.

따라서 여야 합의로 이번 임시국회 회기가 3월10일까지 연장되더라도 의원들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이 법안은 법사위에서 상당기간 표류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법사위와 별도로 국회 재경위는 지난 20일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설치 근거를 담은 ''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법''을 공청회도 생략한 채 의결,법사위로 회부했다.

그러나 재경위가 의결한 법안과 법사위 계류 법안이 함께 처리돼야 FIU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법사위 심의가 지연되면 당초 4월로 예상됐던 자금세탁행위 규제가 6월로 늦춰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시민단체들은 "불법 정치자금뿐 아니라 탈세에 대해서도 예외를 인정하고 정보보고 기관의 범위까지 축소하려 하는 것은 다분히 정략적인 발상"이라며 자금세탁행위를 강력히 규제하는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따라서 시민단체의 ''압력''과 여론의 동향이 법안 처리 시점을 결정하는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윤기동 기자 yoonk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