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애기.상대방 얼굴의 곰보조차 보조개로 보이는 이때 "사랑한다"는 말은 곧바로 열정을 화르르 일으키는 강력한 주문이 된다.

점점 상대방이 아무렇지도 않아지는 익숙기를 거치면 사랑은 내리막길에 접어든다.

이젠 권태기.섹스는 사라진지 오래고 "사랑한다"는 말은 "밥먹었냐"만큼이나 심드렁한 인사말이 된다.

사랑은 유효기간이 있는 마법과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휘발되고 만다.

진정한 사랑이란 과연 환상에 불과할까? "러브 앤드 섹스"(24일 개봉)는 제목 그대로 사랑과 섹스를 통해 남녀간 사랑의 본질을 묻는 로맨틱 코미디다.

일견 진부해 보이지만 남녀심리를 사실적으로 잡아내는 탁월한 솜씨와 재치있고 발랄한 접근이 대단히 유쾌하고 즐겁다.

주인공은 여성지 기자인 케이트(팜케 잰슨).무려 13명의 남자를 갈아치운 케이트는 화가인 아담(존 파브로)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생전 처음 말과 뜻이 통하는 남자인가 싶던 그와의 사이에도 어김없이 권태기가 찾아온다.

완벽한 관계를 원한다면 아예 관계를 맺지 말아야 한다고 한탄하던 두 사람은 이별과 방황끝에 결국 다시만나 진정한 사랑을 이룬다.

여성감독 발레리 브라이먼이 실제 경험을 토대로 만든 장편데뷔작.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의 프리스티지 월드 프리미어로 선정돼 크게 호평받았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