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이 들려줄 수 있는 음악적 스펙트럼은 어디까지 일까.

바네사 메이의 전자바이올린,나이젤 케네디의 파격연주에서부터 강철현이 아닌 거트현(양창자로 만든 현)을 쓰는 원전연주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바이올리니스트 빅토리아 뮬로바와 지기스발트 쿠이켄의 내한연주회는 이런 바이올린 음악의 폭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무대다.

뮬로바는 팝과 재즈로 크로스오버하고 쿠이켄은 자신의 본령인 원전연주(바로크이전 곡을 당시 악기와 악보 그대로 재현하는 연주)의 진수를 전해줄 예정이다.

러시아 출신 뮬로바는 현재 안네 소피 무터와 함께 최고의 여성 바이올리니스트로 각광받고 있는 아티스트.

''거울을 통해(Through the Looking Glass)''란 재즈앙상블을 이끌고 다음달 11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찾는다.

이번 내한공연은 앙상블과 같은 이름의 크로스오버 음반 발매를 기념하는 무대.헬싱키 뮌헨 런던 도쿄에 이어 서울을 찾았다.

앙상블의 면면도 화려하다.

세계적 재즈피아니스트인 줄리안 조셉,기타리스트 스티브 스미스,타악연주자 네일퍼시,폴 클라비스에 첼리스트이자 뮬로바의 남편이기도 한 매튜 발리가 함께 한다.

특히 발리는 이 음반의 아이디어와 편곡을 맡은 일등공신이다.

연주곡은 앨라니스 모리셋의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듀크 엘링턴 ''일본풍 즉흥'',마일즈 데이브스 ''로봇'' 등 재즈곡과 비틀즈의 ''당신의 블루를 위해'',비지스 ''당신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등 팝명곡,아프리카 출신의 작곡가 유수 앤두의 ''삶'' 등 음반의 대표곡들을 모았다.

팝도 재즈적 감수성으로 되살린 편곡이 이채롭다.

정통 클래식연주와는 다른 완급조절을 보여주는 리듬감,음의 여백과 곡에 따라 극도로 절제된 음량,글리산도(한 음에서 다음 음으로 미끄러지듯 연주하는 기법) 등 테크닉을 잘 살린 연주가 귀를 잡아끈다.

발리도 "원래 작품과의 연결고리를 깊숙이 숨겨 놓아 완전히 다른 곡의 느낌을 전하고 있다"고 자평한다.

(02)598-8277

오는 23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쿠이켄은 지난해에도 한국을 찾았다.

그때는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 ''무반주 파르티타'' 등을 솔로로 연주했고 이번에는 자신을 포함한 현악5중주로 모차르트곡을 들려준다.

1986년 창단된 쿠이켄 현악5중주는 특히 쿠이켄의 형과 아내 제자 등으로 이뤄져 눈길을 끈다.

연주곡은 모차르트의 ''현악5중주 다단조 K.406'' ''다장조 K.515'' ''사단조 K.516''.

아름답고 영롱하게 빛나는 모차르트 실내악의 정수들이다.

특히 사단조는 모차르트의 대표곡인 ''교향곡 40번 사단조''와 형제곡이라고 일컬어지는 명곡이다.

탁월한 균형감각,경직되지 않은 곡 해석의 유연함으로 칭송받고 있는 쿠이켄이 실내악에서 또 어떤 음악보따리를 풀어놓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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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