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경기 경착륙의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작년 10%대의 성장을 보였던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전망이 당초 5.3%에서 4%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고, 특히 올해 1.4분기엔 3%대까지 추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MF는 작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9.5%로 추정하고 올해는 국내 총수요 약화 및 대외여건 악화에 따라 지난해의 절반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우리 경제는 ''내수위축형 경기침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 10월께 경기정점을 통과한 이후로 불경기가 시작했고, 이러한 경기침체는 내년 6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당국자는 올 1.4분기를 소저점으로 간주하고 2.4분기부터 경기가 회복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것이 무리한 전망이라고 반박함으로써 경기논쟁이 유발되고 있다.

1.4분기 경기 바닥론의 근거로서는 예산의 상반기 조기집행, 콜금리 인하 효과,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지난달 62.7에서 83.0으로 상승한 사실, 자금시장의 불안요인 해소, 미국 FRB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등이 제시됐다.

낙관적 전망에 대한 반론의 근거로서는 현재의 신용경색현상, 금융부문의 불확실성, 구조개혁의 미비 및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들 수 있다.

경제운용을 담당하는 정책당국자들이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는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섣부른 낙관론보다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인 신용경색을 빨리 해결하는데 노력을 해야 한다.

제2차 은행 구조조정을 앞두고 각 은행들은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기업대출을 억제하고 수익률이 낮은 국공채 매입을 늘리다 보니 기업 자금난, 금리하락 및 은행수익구조의 악화 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들이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 보완자본으로 인정되는 후순위채 발행량을 늘리고 있는 것도 문제다.

후순위채 금리는 정기예금보다 약 2∼3%포인트 높기 때문에 이미 예대마진의 축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추가적 요인이 될 것이다.

금융기관 건전성을 제고시키기 위해 BIS 비율을 너무 강조하다보니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신용경색 현상이 기업투자를 저해함으로써 국민경제에 미치는 심각한 부작용을 고려할 때,최근 정책당국이 BIS비율 등 건전성 지표 뿐 아니라 수익성 지표도 공시하도록 한 방침을 밝힌 것은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은행의 경영정상화 정도에 따라서 BIS 비율을 차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부실기업으로 밝혀진 경우 정치적 고려없이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이 불확실성을 줄이는 지름길임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상장기업의 약 3분의 1이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분식회계로 인해 과대계상된 이익을 재무제표상 ''전년도 오류수정 손실''로 반영토록 한다는 방식을 제시하고, 그러한 방법으로 처리하는 기업과 회계법인에 대해서는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처벌을 한시적으로 완화시켜 줄 방침이다.

과거 분식회계 부분을 오류수정 손실로 처리한다면 당장 해당기업의 지난해 실적이 예상보다 크게 악화될 것이며 주식시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운영의 투명성제고를 위한 적절한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주장처럼 해당기업이 분식회계 부분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회계수정방식으로 시정하면 무조건 ''면죄부''를 주자는 논리는 형평성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처리방향의 설정이 주목된다.

기업과 회계법인이 공모해 분식회계를 했다면 그것은 주식투자가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서 당연히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과실이 아니라 명백한 고의성이 있는 잘못에 대해서까지 무조건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된다.

hahyun@bas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