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신업계 구조조정을 본격 추진키로 함에 따라 통신시장에 엄청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구조조정 필요성은 그동안 여러차례 제기됐지만 정부가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올 한햇동안 국내 통신업계에는 또 한차례 인수합병(M&A) 회오리가 불어닥칠 전망이다.

업계는 당장 정부가 구조조정을 들고나온 배경과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부는 ''3개의 유.무선 통신그룹으로 재편''이라는 구체적인 방향까지 제시해 3개 사업자가 과연 누구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 구조개편 배경 =통신업계의 중복 및 과열경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동전화는 이미 M&A를 통해 SK 한통 LG 등 3개 사업자로의 정리가 일단락된 상태이지만 비동기식 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 사업권에서 탈락한 LG는 사업성 불투명 등을 이유로 사업포기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시외.국제전화는 한통의 시장 선점과 후발 사업자의 수익성 악화로 효과적인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다.

7개 사업자가 난립하고 있는 초고속인터넷 분야도 8천4백억원 이상이 중복 투자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정통부는 이같은 과당경쟁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석호익 정보통신지원국장은 "신규 사업자 진입을 억제하고 기존 사업자간에는 업계 자율로 M&A와 진입 퇴출이 상시 가능한 시장 여건을 조성한다는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석 국장은 이같은 원칙에 따라 "3개의 유.무선 종합통신사업그룹으로 구조 재편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 제3그룹은 누구 =3개 그룹 중 2개가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이라는 데 업계의 이견은 없다.

두 사업자는 모두 유.무선 통신시장의 강자로 지난해말 비동기식 IMT-2000 사업권까지 확보했다.

문제는 제3의 그룹이 누구냐 하는 것이다.

업계는 후보로 LG와 포항제철을 꼽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고위 관계자는 "포철이 LG텔레콤과 하나로통신의 경영권을 인수해 SK와 한통에 대항하는 신규 통신그룹으로 나서는 대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LG의 경우 그룹에서 아직 통신사업 방향을 결정하지 않았지만 현재로선 독자적으로 통신사업을 전개하기가 쉽지 않다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반면 자금력을 갖춘 포철이 전면에 나서 LG텔레콤과 하나로통신을 인수하고 군소 통신업체들을 흡수할 경우 SK와 한통에 견줄만한 신규 통신사업자가 출현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업계 반응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나서 추진하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업계의 과당경쟁은 사업자 허가주체인 정부에 원천적인 책임이 있다"며 "정부가 구조 개편을 유도하겠다는 것은 정부 정책실패를 스스로 자인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또 정부의 3개 통신그룹으로의 재편 유도가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원만하게 마무리하기 위한 제스처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다시 말해 IMT-2000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특정 기업을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출시킬 수도 있다는 카드를 활용해 동기식 사업에 뛰어들도록 유도하기 위한 정책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