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겨울 바람이 한결 부드러워진 14일 아침.

이날은 기협중앙 회장 후보 등록 마감일이었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 5층 기협중앙회 회장실로 중소업계 인사들이 속속 들어섰다.

김영수 기협중앙회장을 비롯해 서병문 주물조합 이사장, 유재필 레미콘연합회장, 박완교 기협 고문, 전준식 전 기협 회장대행 등.

김 회장과 서 이사장, 유 회장은 오는 28일 예정된 기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치열한 선거전을 벌였던 라이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날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김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차기 회장으로 추대한다는 의미였다.

기협 사상 처음으로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순간이었다.

주위에 있던 업계 원로들과 기협 임직원들은 박수로 이를 환영했다.

얼핏보면 별것도 아닌, 회장 후보를 단일화한 것을 두고 감격할 것이 무엇인가 의아해 할 수 있다.

하지만 기협중앙회장 선거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날 합의가 지닌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지난 88년 이후 3년마다 돌아오던 회장 선거는 진흙탕 싸움의 연속이었다.

정치판을 방불케 했다.

영.호남이 갈리고 중부권이 따로 세를 형성했다.

학연도 어김없이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을 음해하거나 투서 등도 난무했다.

선거 후에는 파벌의 골이 깊어졌다.

때로는 검찰 수사가 뒤따랐다.

그러다보니 기협이 과연 중소기업을 위한 단체냐는 비아냥도 받았다.

업계에선 이번 합의와 관련,대승적 결단을 내린 서 이사장과 유 회장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유 회장은 경북 출신인 김 회장이나 서 이사장과 달리 호남 출신이란 점에서 지역 감정을 뛰어넘었다는 찬사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후보단일화라는 ''아름다운 합의''를 위해 동분서주한 박완교 기협 고문, 전준식 전 기협 회장대행, 박상희 전 회장 등의 노력도 적지 않았다는 평이다.

중소기업인들은 이번 후보단일화 합의가 업계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집된 중소업계의 힘이 업계를 균형발전시킬 수 있는 여러가지 정책대안을 만드는데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김낙훈 벤처중기부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