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중공업 텐진(天津)지사 박종채 지점장은 5년전 산시(山西)성 타이위안(太原)에서의 일을 잊지 못한다.

전화를 걸어 찾아간 건설회사는 영세한 업체여서 굴삭기를 팔기가 불가능했다.

피곤한 몸으로 점심식사를 하던중 식당옆을 지나가는 15t급 트럭을 봤다.

식당을 뛰쳐나와 택시를 잡아 타고 트럭을 쫓아갔다.

트럭이 공사장으로 가고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예상대로 서너대의 굴삭기가 일하는 공사현장을 찾아냈다.

박 지점장은 "현장 감독에게 대우굴삭기 카탈로그를 보여주며 판촉활동을 벌였다"며 "굴삭기 사업은 그렇게 시작됐다"고 회고했다.

박 지점장이 현장을 뛰던 지난 96년 대우 굴삭기 판매량은 총 1백20대에 불과했다.

히타치 고마쓰 등 선발 일본업체의 아성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작년 대우는 1천4백대의 굴삭기를 팔아 전체시장의 22%를 차지했다(중국공정기계협회 조사).

국내외 업체를 통틀어 1위였다.

그리고 99년에 엔타이(烟台)공장을 가동한지 5년만에 처음으로 순이익을 냈다.

''맨발 영업''의 결실이었다.

대우는 굴삭기사업 초창기에 20여명의 영업맨을 투입,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현장 마케팅에 나섰다.

공공기관이나 정부기관 등의 입찰에서 텃세를 부리던 일본업체들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이같은 전통이 남아있어 12개 중국 주요도시에 포진한 지사장들이 중국 영업직원들을 지휘하며 ''발바닥'' 영업을 펼치고 있다.

대우굴삭기의 판매량중 약 95%가 소규모 업체인 거티후(個體戶)에 팔린다.

베이징(北京)지점의 김동철 지사장은 "현장 마케팅을 통해 경쟁사에 비해 월등히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이 또 다른 고객을 불러들이는 체제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대우는 시장확대를 위해 업계 처음으로 할부제도를 도입했다.

시장확대에는 유리하지만 신용이 빈약한 중국에서는 돈을 떼일 위험이 높은 제도였다.

"처음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그러나 현장 마케팅을 통해 고객과의 관시(關係·친분)를 쌓았기에 자신이 있었다.물론 관시가 약한 거래선에는 할부혜택을 주지 않았다"(김 지사장).

아직까지 한건의 신용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단다.

지난해 본격 시작된 중국의 서부개발은 대우굴삭기 판매의 전기가 됐다.

우루무치 시안(西安) 충칭(重慶) 쿤밍(昆明) 등 경쟁사들이 등한시했던 서부지역에 설립한 합작법인 및 지사에서 마침내 돈이 굴러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오지를 누빈 현장 마케팅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