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부터 서울의 주요 미술관과 화랑에선 전시회가 줄을 잇는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올해 전시의 개막을 알리는 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분관(3.4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근대명품전"과 16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막되는 "80년대 리얼리즘과 그 시대"는 관심을 끄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근대미술에서부터 1980년대 리얼리즘까지의 한국미술사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전시회다.

◆근대명품전=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중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 63점을 보여주는 전시.

근대미술의 도입기부터 1960년대 초까지 제작된 작품들로 한국화와 서양화 두 부문으로 나눠 전시중이다.

한국화로는 조선왕조의 마지막 화원으로 근대회화의 교량적 역할을 담당했던 심전(心田)안중식의 ''산수''(1912년),소림(小琳)조석진의 ''노안''(1910년),청전(靑田)이상범의 ''아침''(1954년),소정(小亭)변관식의 ''춘경산수''(연도미상),심산(心汕)노수현의 ''산수''(1940년) 등과 산수화와 일본화풍에 토속적인 소재를 가미했던 이당(以堂)김은호의 ''송학''(연도미상),정재(鼎齋)최우석의 ''여인상''(1930년) 등이 전시돼 있다.

서양화로는 최초로 일본에서 유화기법을 배운 고희동의 ''부채를 든 자화상''(1915년)을 비롯해 한국 근대화단의 귀재로 불렸던 이인성의 ''카이유''(1932년),오지호 ''남향집''(1939년),현대미술의 기틀을 확립했던 박수근의 ''풍경''(1959년) ''할아버지와 손자''(1960년),이중섭 ''투계''(1955년) ''부부''(1953년),김환기 ''자화상''(1920년대) ''산월''(1960년) 등이 선보이고 있다.

오는 7월15일까지.

(02)779-5310

◆1980년대 리얼리즘과 그 시대=가나아트센터의 기획전으로 2백여점이 로테이션 형식으로 전관에 걸쳐 전시된다.

1,2전시장은 구상계열,3전시장은 비구상 계열 작품을 보여준다.

민중미술을 비롯한 80년대 리얼리즘 작품들은 작품자체가 아닌 사회 정치적 상황에 초점을 맞춰 논의돼 왔다.

이번 기획전은 작품 자체에 집중된 미술사적 측면에서 80년대 리얼리즘 작품을 재조명하기 위한 것이다.

미술평론가 최열씨는 "당시 리얼리즘 작품들은 표현기법이 다양하고 소재 사용과 주제가 방대했다"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리얼리즘 작품이 지닌 예술성과 조형성을 재평가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시작들은 이같은 취지를 반영,서구미술의 흐름을 따르는 경향에서 벗어나 한국현실과 전통을 반영한 자생적인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권순철의 ''용마산''(1985년),김정헌 ''내가 갈아야 할 땅''(1987년),박생광 ''토함산 해돋이''(1984년),신학철 ''황혼''(1983년),오윤 ''낮 도깨비''(1984년),고 이응노 화백 ''인간군상''(1983년),임옥상 ''우리동네''(1987년) 등 작가 45명의 작품들이 출품된다.

심정수 김광진 강대철 박희선 등의 입체작 20여점과 걸개그림 형태로 여러작가가 공동으로 제작한 10여m짜리 대형그림도 함께 전시된다.

오는 4월1일까지.

(02)720-1020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