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청평사'] 하늘 향해 솟은 소나무...풍경소리 맞춰 반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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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풀면 "봄내".
버들강아지 살랑대는 봄볕 아래 실개천이란 예쁜 이름의 도시.
춘천(春川)은 까닭 모르게 푸근하다.
겨울이면 가장 추운 곳으로 빠짐없이 꼽히지만 언제나 먼 고향의 서정으로 넉넉하게 다가온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 놓은 너른 호반과 그 호반에 피어나는 새벽 물안개의 이미지.
혼자이지만 함께이며 막혔으면서도 터져 있는 큰 공간은 비밀스럽기까지 하다.
보려 해도 다 볼 수 없고 느끼려 애쓰지만 만질수 없는 늙은 어머니의 깊은 마음에 비할수 있을까.
거칠은 청년문화의 흔적으로 매듭지어진 길 끝의 고장.
오늘 춘천으로 떠난다.
소양댐이란 거대한 인공구조물에 가로막힌 소양호 왼편 물길 건너 청평사(淸平寺)가 목적지.
겨울바람조차 따뜻하게 느껴지는 하루 나들이 코스로 으뜸이다.
시원스러운 드라이브와 느릿한 시골버스여행, 뱃길의 여유와 트레킹의 상쾌함까지 맛볼수 있어 즐겁다.
소양댐 선착장에서 배로 10분거리.
출발을 기다리는 시간으로 지루해진 마음은 으르렁대는 스크루가 뿜어대는 고물쪽의 굵은 물살에 눈 녹듯 풀린다.
공룡처럼 어슬렁대며 들어오는 괘룡호의 잔상에 총알 같이 튀어나가는 스피드보트의 탄력있는 모습이 겹쳐지며 늦겨울 소양호반은 한가닥 생기를 얻는다.
짧은 뱃길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청평사쪽 나루에 내려선다.
1km쯤의 진입로.
다져진 눈길이 미끄럽다.
탁 트인 하늘 저 앞으로 오봉산 능선이 버티고 있다.
원래는 청평산이었는데 다섯봉우리가 줄지어 있는 모습 때문에 오봉산이란 이름이 굳어졌다.
부용교, 청평교를 지나 본격적인 청평사 오름길에 발을 내딛는다.
하얀 망사를 겹쳐 쌓아논 듯 사방이 눈밭이다.
발길이 닿지 않은 오른쪽 계곡 바위는 서너뼘 두께의 눈을 이고 있다.
길은 내내 아늑하고 평화롭다.
차가운 눈은 되레 솜이불처럼 포근한 느낌을 준다.
구성폭포를 마주한다.
여름이면 낸다는 아홉가지 소리가 단단한 얼음줄기에 갇혀 있다.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위편에 작은 공주탑이 있다.
이 탑은 원나라 공주에 관한 전설을 안고 있다.
고려 출신으로 원 순제의 정실이 된 기황후의 아들이 황제가 되었다.
황제에게는 절세미인 공주가 있었는데 몸에 상삿뱀이 붙어 고생을 했다.
뱀을 떼려 사방을 떠돌다가 이곳 청평사에서 목욕과 가사불사(袈娑佛事)를 한 뒤 상삿뱀이 떨어졌고 이 소식을 들은 순제가 탑을 세우게 했다는 것이다.
좀더 오르면 진락공 이자현의 부도와 영지(影地)를 만난다.
이자현은 고려 8대 현종에서 인종에 이르는 열명의 왕과 혼인관계를 맺어 세도를 누렸던 가문의 사람이지만 세태에 염증을 느껴 이곳에서 은둔생활을 했다고 한다.
오봉산의 그림자가 비친다는 영지는 그가 이곳 계곡에 조성했던 정원의 중심으로 고려식 정원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이자현으로 인해 청평이란 산이름도 얻게 되었다고 전한다.
그가 이곳에 온 뒤로 짐승떼가 자취를 감춰 그때부터 "맑게 평정되었다"는 뜻의 청평산으로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다시 발걸음을 돌려 청평사에 닿는다.
신라 진덕여왕 때 창건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고려 4대 광종 때 승현선사가 개창하면서 번창했고 그 뒤 폐사와 개창이 이어졌다.
고려초 당시에는 삭주지방에 통치이념을 심는 중심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내에는 국보와 보물이 많았는데 지금은 회전문(보물 164호)만이 남아 있다.
국보로 지정됐던 극락전은 6.25때 소실됐다.
회전문 앞에 우뚝한 두그루 나무가 멋지지만 경내는 불사가 한창이어서 어수선하다.
소양댐 선착장에서부터 청평사를 둘러보고 되돌아 나오기까지 약 2시간50분.
소양댐 정상에서 시내쪽으로 내려다 보는 풍광이 짧은 여행의 마침표를 찍기에 충분하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버들강아지 살랑대는 봄볕 아래 실개천이란 예쁜 이름의 도시.
춘천(春川)은 까닭 모르게 푸근하다.
겨울이면 가장 추운 곳으로 빠짐없이 꼽히지만 언제나 먼 고향의 서정으로 넉넉하게 다가온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 놓은 너른 호반과 그 호반에 피어나는 새벽 물안개의 이미지.
혼자이지만 함께이며 막혔으면서도 터져 있는 큰 공간은 비밀스럽기까지 하다.
보려 해도 다 볼 수 없고 느끼려 애쓰지만 만질수 없는 늙은 어머니의 깊은 마음에 비할수 있을까.
거칠은 청년문화의 흔적으로 매듭지어진 길 끝의 고장.
오늘 춘천으로 떠난다.
소양댐이란 거대한 인공구조물에 가로막힌 소양호 왼편 물길 건너 청평사(淸平寺)가 목적지.
겨울바람조차 따뜻하게 느껴지는 하루 나들이 코스로 으뜸이다.
시원스러운 드라이브와 느릿한 시골버스여행, 뱃길의 여유와 트레킹의 상쾌함까지 맛볼수 있어 즐겁다.
소양댐 선착장에서 배로 10분거리.
출발을 기다리는 시간으로 지루해진 마음은 으르렁대는 스크루가 뿜어대는 고물쪽의 굵은 물살에 눈 녹듯 풀린다.
공룡처럼 어슬렁대며 들어오는 괘룡호의 잔상에 총알 같이 튀어나가는 스피드보트의 탄력있는 모습이 겹쳐지며 늦겨울 소양호반은 한가닥 생기를 얻는다.
짧은 뱃길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청평사쪽 나루에 내려선다.
1km쯤의 진입로.
다져진 눈길이 미끄럽다.
탁 트인 하늘 저 앞으로 오봉산 능선이 버티고 있다.
원래는 청평산이었는데 다섯봉우리가 줄지어 있는 모습 때문에 오봉산이란 이름이 굳어졌다.
부용교, 청평교를 지나 본격적인 청평사 오름길에 발을 내딛는다.
하얀 망사를 겹쳐 쌓아논 듯 사방이 눈밭이다.
발길이 닿지 않은 오른쪽 계곡 바위는 서너뼘 두께의 눈을 이고 있다.
길은 내내 아늑하고 평화롭다.
차가운 눈은 되레 솜이불처럼 포근한 느낌을 준다.
구성폭포를 마주한다.
여름이면 낸다는 아홉가지 소리가 단단한 얼음줄기에 갇혀 있다.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위편에 작은 공주탑이 있다.
이 탑은 원나라 공주에 관한 전설을 안고 있다.
고려 출신으로 원 순제의 정실이 된 기황후의 아들이 황제가 되었다.
황제에게는 절세미인 공주가 있었는데 몸에 상삿뱀이 붙어 고생을 했다.
뱀을 떼려 사방을 떠돌다가 이곳 청평사에서 목욕과 가사불사(袈娑佛事)를 한 뒤 상삿뱀이 떨어졌고 이 소식을 들은 순제가 탑을 세우게 했다는 것이다.
좀더 오르면 진락공 이자현의 부도와 영지(影地)를 만난다.
이자현은 고려 8대 현종에서 인종에 이르는 열명의 왕과 혼인관계를 맺어 세도를 누렸던 가문의 사람이지만 세태에 염증을 느껴 이곳에서 은둔생활을 했다고 한다.
오봉산의 그림자가 비친다는 영지는 그가 이곳 계곡에 조성했던 정원의 중심으로 고려식 정원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이자현으로 인해 청평이란 산이름도 얻게 되었다고 전한다.
그가 이곳에 온 뒤로 짐승떼가 자취를 감춰 그때부터 "맑게 평정되었다"는 뜻의 청평산으로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다시 발걸음을 돌려 청평사에 닿는다.
신라 진덕여왕 때 창건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고려 4대 광종 때 승현선사가 개창하면서 번창했고 그 뒤 폐사와 개창이 이어졌다.
고려초 당시에는 삭주지방에 통치이념을 심는 중심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내에는 국보와 보물이 많았는데 지금은 회전문(보물 164호)만이 남아 있다.
국보로 지정됐던 극락전은 6.25때 소실됐다.
회전문 앞에 우뚝한 두그루 나무가 멋지지만 경내는 불사가 한창이어서 어수선하다.
소양댐 선착장에서부터 청평사를 둘러보고 되돌아 나오기까지 약 2시간50분.
소양댐 정상에서 시내쪽으로 내려다 보는 풍광이 짧은 여행의 마침표를 찍기에 충분하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