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를 저지른 상장기업이 3개 가운데 1개꼴이라는 사실은 국내기업의 뿌리깊은 회계장부 조작 관행을 여실히 드러낸다.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기 시작했던 97년 외환위기이후에도 기업들이 회계장부 조작을 일삼아 온 것이다.

재고자산과 매출부풀리기 파생상품계약 기재누락 등 분식회계 유형도 갖가지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대우 계열사에 대한 특별감리를 계기로 정부차원에서 각종 대책을 마련했다.

금감원은 현재 국회에 관련법이 계류중이며 외부감사에 관한 규정도 지난해 말 개정했다고 밝혔다.

◆ 분식회계 지적건수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일반.수시감리 실적과 적발회사수는 대부분이 무작위로 표본추출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된 것이다.

그런 만큼 전체기업중 3분의 1이 분식회계를 하고 있다는 통계는 사실과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최근 11년동안 분식회계 지적비율(26%)보다 최근 3년간 지적비율(31%)이 더욱 높아졌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금감원은 위탁감리와 특별감리를 포함할 경우 분식회계 지적비율이 72%로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특별감리는 분식회계 혐의를 구체적으로 잡고 착수하는 것이며 위탁감리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의뢰해온 기업에 대해 실시하는 것이다.

◆ 유형과 수법 =금감원이 대우 계열사에 대한 감리결과를 포함해 지난 한햇동안 분식회계를 지적한 건수(회사별 중복지적건수 포함)는 모두 1백73건이다.

이 가운데 재고자산 과대계상이 20건으로 가장 많다.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등 주석사항으로 기재해야 할 것을 기재하지 않은 사례가 20건, 자산과 부채를 과대포장한 경우가 16건에 달한다.

매출채권을 부풀리는 수법도 13건에 이른다.

이밖에 고정자산 과대계상, 지급이자 과소계상, 부외부채 미계상 등도 지적됐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해 2월 S건설에 대한 감리결과 공사수익을 과대계상한 사실을 적발했었다.

소송이 제기중인 도급공사 관련 비용의 일부인 1백54억여원을 공사수익으로 잡아 넣었던 것이다.

당시 N종금도 회사채를 자전거래함으로써 발생한 유가증권 매매이익 2백92억여원을 회계장부에 계상해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됐다.

지난해 5월에는 역외펀드 및 파생상품과 관련한 분식회계가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S증권은 역외펀드와의 옵션계약을 회계처리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관계회사와의 파생금융상품계약을 장부에 올리지 않았으며 보유 외화증권을 과대평가하고 지급이자를 미계상했다.

대우 대우중공업 등 대우 계열사의 경우도 △차입금 등 부채를 고의로 누락하고 △가공채권이나 부실채권을 그대로 계상하며 △실제로 쓰지 않은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계산해 넣는 방법으로 총 22조9천억원을 분식회계 처리했었다.

◆ 현실적인 한계 =분식회계가 근절되지 않는데는 몇가지 구조적인 요인이 있다.

우선 상장기업의 81.5%, 코스닥등록기업의 88.8%가 12월말 결산법인이어서 회계법인의 꼼꼼한 외부감사가 이뤄지기 힘들다.

기업이 감사수수료를 무기로 회계법인에게 ''적정의견''을 내달라며 압력을 넣어온 관행도 문제다.

분식회계와 부실감사를 적발하는 금감원의 감리인력이 크게 줄어든 것도 회계장부 조작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 작용했다.

옛 증권감독국에선 감리국으로 전담부서를 두고 26명(공인회계사 24명 포함)의 감리인력을 뒀다.

그러나 지금은 조사총괄국 산하 조사감리실로 격하된데다 인력마저 12명밖에 안돼 3년전의 절반이하로 줄어든 실정이다.

◆ 금감원의 대책 =금감원은 이같은 분식회계의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지난해 말 ''분식회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분식회계를 투자자를 기만하는 불공정거래행위로 간주하고 필요하면 증권거래법상의 조사권까지 발동, 자료제출요구와 계좌추적까지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상장.코스닥기업의 분기보고서도 회계법인의 검토를 받도록 해 상시감사제를 정착시키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분식회계와 부실감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금감원은 기업이 외부감사인에게 허위자료를 제시할 경우 ''외부감사방해죄''도 추가해 가중처벌키로 했다.

재정경제부도 분식회계를 근절하기 위해 △부실감사 회계법인에 최대 5억원 과징금부과 △회계법인끼리의 상호감리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관련법 개정안을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했다.

정용선 금감원 조사총괄국 조사감리실장은 "지금까지는 서면조사 등을 통해 감리가 이뤄져 분식회계에 대한 고발건수가 많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현장조사를 병행하고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하면 형사고발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