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우 < LG-OTIS 사장 bob.jang@otis.co.kr >

얼마전 젊은이들 사이에서 머피의 법칙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노래까지 등장해 ''남들은 별다른 노력없이 잘 나가는데,왜 하필이면 나에게만 일이 잘못되고 꼬이는가''라는 다소 자조(自嘲)적인 의미가 깔려 있다.

좀 뒤에 나온 샐리의 법칙은 머피의 법칙과는 정반대로 모든 일이 예상대로 풀려나가는 즐거운 순간을 일컫는 것이다.

다분히 긍정적인 요소로 채워진 법칙이라 이것도 노래로 나옴직한데 들어본 적이 없다.

아마도 요즘 세대는 복잡하고 골치아픈 현실적인 인생사보다는 자조적인 페시미즘이 더 호소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 두 법칙에는 패러독스의 지혜니,우주의 법칙이니 그럴듯한 꼬리표가 붙어 있지만 아무래도 모호하고 실체가 없는 것 같다.

그저 노력의 대가나 결과가 아니라 순전히 우연한 운에 좌우되는 상황을 재미있게 표현한 요즘 젊은 세대의 한 풍속도로 보면 될 듯 싶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실제로 자기 이름을 딴 법칙을 세워놓고 고수해 크게 성공한 자동차 세일즈맨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책으로 출판된 사례가 있다.

이름하여 ''지라드 법칙''이다.

지라드는 대공황시절 찢어지게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세일즈맨에게는 치명적인 말더듬이까지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자동차 세일즈맨이 돼 미국인의 꿈을 이룩한 사람이다.

지라드의 법칙은 ''2백50의 법칙''으로 요약된다.

재미있는 것은 2백50이라는 숫자다.

미국에서는 결혼이나 장례 같은 집안의 애경사가 있을 때 참석하는 인원이 약 2백50명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보통사람이라면 주변에 즐거움이나 슬픔을 나눌 정도의 가까운 사람이 평균 2백50명이 된다는 이야기다.

지라드 법칙의 기본 철학은 자동차를 자기에게서 샀거나 사러온 고객 중 한 명이라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다시는 자기한테 차를 문의하지 않는 것은 물론 주변의 2백50명 친지에게 지라드와 거래했을 때의 불만스러운 경험담을 들려준다는 것이다.

이런 구전(口傳)을 받은 친지는 자기의 또 다른 2백50명에게 들려주고….

몇 달 지나면 양키스타디움을 메울 정도의 불만 고객들이 한 목소리로 지라드한테는 자동차를 사지 말라고 함성을 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자못 과장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철저하게 한 사람 한 사람 고객만족을 향해 정성을 다하는 지라드 법칙이 머피나 샐리의 법칙보다는 더 현실적이고 진실에 가까운 지혜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