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봐도 어이가 없었던 사건이었지요.

제가 신입시절에 머리 얹으러 오신 초보 아저씨였어요.

파3홀에서 옆에 있던 손님이 "여기서는 쇼트 티를 쓰는 거야"라고 말하니까.

제게 "언니,쇼트 티가 뭐야"라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네,제일 작은 티를 말하는 거예요"라고 했더니 갖고 있던 볼 마커를 꺼내서 그 위에 볼을 놓고 치려고 했어요.

티잉그라운드에 고무티가 두 개씩 있잖아요.

동행한 손님이 하나의 고무티 위에는 볼을 놓고 또 다른 고무티 위에 담배를 놓고 티샷을 하니까 초보 아저씨는 고무티 두 개 중 하나는 담배를 올려 놓으라고 만들어 놓은 줄로 알더라고요.

더욱 황당했던 사건은 2번홀에서 있었지요.

2번홀 세컨드샷 지점 왼쪽 옆에는 파3의 3번홀 그린이 아주 예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초보 아저씨가 세컨드샷 지점에서 멋지게 샷을 했는데 그만 토핑이 나서 3번홀 그린으로 올라가고 말았어요.

저희 앞 팀이 샷을 하던 중이었지요.

초보 아저씨가 멀뚱멀뚱 서 있으니까 한 분이 빨리 가서 볼을 주워오라고 시켰답니다.

초보 아저씨는 처음 겪는 일이라 무척 당황했는지 재빠른 몸놀림으로 볼을 주워왔습니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주워온 볼이 한 개가 아니라 무려 다섯 개나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앞 팀이 그린에 올려 놓은 볼을 모조리 들고 왔던 거예요.

황당함에 기가 막힌 동반자들은 순간 멍!

멋지게 ''나이스 온''을 하고 그린에 왔다가 볼이 안보여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던 앞 팀도 멍!

동반자들이 "그 볼들을 다 들고 오면 어떻게 해!" 소리소리 지르며 꾸중을 합니다.

"빨리 가서 다시 제자리에 놓고 와"라고 재촉했죠.

앞 팀도 노려봅니다.

불쌍한 초보 아저씨는 겁에 질렸는지 3번홀 그린으로 쏜살같이 뛰어가 볼을 다시 놓고 왔지요.

그런데 어떻게 놓고 왔는지 아십니까?

홀 주위에 사각형으로 가지런히 늘어놓고 왔더라고요.

이 엄청난 광경을 보고 저희 팀과 앞 팀 아저씨들은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지요.

그 초보 아저씨,요즘은 어디서 웃지못할 해프닝을 만들고 계실까.

골프스카이닷컴(www.golfsky.com)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