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영업상무"

"빙과영업은 하늘과 손잡고 하는 장사"

"하느님을 영업책임자로"

빙과 및 음료업체에 있어서 날씨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장사의 성패가 여름 날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아이스크림은 섭씨 30~35도 사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도일때와 비교하면 판매량이 거의 두배에 달한다는 것.

그러나 35도를 넘어서면 판매에 제동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날이 지나치게 더우면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아 판매는 오히려 준다는 얘기이다.

이처럼 날씨가 영업의 핵심 요소로 등장하면서 각 업체들은 날씨를 활용한 이른바 "기상마케팅" 모델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빙과업체인 빙그레는 국내 최초로 고려대와 산학협동으로 기상마케팅 모델을 구축중이다.

1999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일기변화에 따른 매출액 상관관계 분석을 통해 통계적 모형을 구축하기 위한 것.

빙그레는 오는 7월중 기상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판매예측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판매예측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특정 달에 잘 팔리는 품목 등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며 "이를 토대로 원부자재 조달, 재고량 조절 등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와는 별도로 해마다 이맘때쯤 기상청 등으로부터 한해 기상 정보를 공급받아 재고량 및 생산라인 등을 조절하고 있다.

해태제과는 장기 기상예보와 수십년간 쌓은 날씨 노하우를 바탕으로 영업활동에서 큰 재미를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여름날씨는 예년보다 훨씬 무더울 것으로 예측하고 4월부터 튜브형 아이스크림을 집중 생산, 비축해 큰 성공을 거뒀다.

실제 지난해는 6~9월의 무더위기간중 일일 판매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기대 이상의 매출을 올려 함박웃음을 지었다.

경쟁사들이 이에 대한 대비 소홀로 재고 물량이 부족해 울상을 지었던 것과 좋은 대조를 보였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온도와 습도에 따라 소비자가 찾는 제품이 달라진다"며 "예를 들어 무덥고 습도가 높을때는 튜브형 아이스크림을 많이 찾지만 무덥고 습도가 낮을때는 음료수가 많이 팔리는 것"으로 분석했다.

롯데삼강은 인터넷을 통해 주 단위 또는 월 단위로 기상 자료를 받아 활용하고 있다.

롯데삼강 관계자는 "빙과류는 여름 장마철에 비가 얼마나 오는지 등에 따라 크게 영향받고 있다"며 "장마철이 시작되는 시점과 장마기간을 예측하는데 인터넷이나 각종 매체에서 제공하는 기상정보를 1백%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료업체에도 날씨는 매출을 결정짓는 최대 요소.

해태음료 등 음료업체들이 날씨 분석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태음료는 6월부터 시작되는 음료 성수기에는 기상청 등의 날씨 예보 자료를 영업활동에 참고하고 있다.

특히 신제품 판촉 활동에는 날씨 변화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과즙 음료 "엔투오" 시판에 맞춰 벌인 시음행사의 날을 정할때 기상청으로부터 미리 날씨정보를 받아 일부러 더운 날을 택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실제 더운 날 시원하게 냉장된 음료를 제공해 소비자들로부터 "이 음료 괜찮네"라는 반응을 얻어낼 수 있었다.

롯데칠성음료 등 다른 음료업체들도 기상정보를 생산 및 마케팅 활동에 활용하고 있다.

기상현상은 하늘의 뜻이다.

그렇지만 날씨를 산업에 이용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생산과 판매에서 큰 차이가 난다.

빙과 및 음료업체들이 갈수록 날씨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