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백을 기다리며 현관에 서 있을 때 번쩍번쩍한 검정색 리무진이 들어오더군요.

이윽고 까만 양복을 입은 덩치 큰 사나이 두 명이 뒷좌석 문을 열어주면서 말쑥한 청년을 향해 90도로 머리를 조아려 "형님,그럼 좋은 시간 되십시오"라고 인사하더니 청년이 클럽하우스로 들어갈 때까지 고개를 수그리고 있더군요.

저희들은 "저 사람 조폭인가 봐.그런데 너무 멋있게 생겼다"라고 쑥덕쑥덕거렸죠.

웬걸 하필 그 백이 저한테 걸렸어요.

멋진 청년과 나머지 세 분은 어디 지명수배 전단에서 봤음직한 얼굴이더군요.

그런데 골프는 정말 잘 치더라고요.

키가 약간 작은 한 ''인상파''만 빼고.그래서 인상파와 저의 갈등이 시작됐어요.

첫 홀 세컨드샷 지점에서 인상파에게 "사장님,뭐 드릴까요?"라고 했더니 갑자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언니,나 사장 아닝께,사장이라고 부르지마.날 부르는 호칭은 오직 오빠여.오빠라고 불러" 어휴! 느끼해.

4번홀에서 인상파는 또 내 속을 긁더군요.

"언니야,근데 언니 아가씨 맞냐? 요즘 하도 아줌마들이 많아서 말이야" 정말 얄미운 말만 골라서 한다니까.

인상파는 볼이 안 맞으면 "아 띠바,오늘 왜 이렇게 안 맞는거야.띠바"라는 똑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하더군요.

제가 보기엔 맨날 안 맞을 것 같던데.그래도 저는 잘못 걸리면 안될 것 같아 아무 말 않고 무척 몸을 사렸죠.

그런데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어요.

티샷을 했는데 멋진 청년은 그린까지 1백25야드,다른 두 사람은 1백40야드와 1백80야드,인상파는 2백야드가 남았지요.

인상파가 갖고 있는 것은 우드4번.잘 맞아도 겨우 1백80야드 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앞 팀이 그린에 있길래 인상파를 향해 저는 이렇게 말했어요.

"저기요. 사장님은 치셔도 됩니다"

그 순간,싸늘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렸더니 인상파가 날 뚫어져라 쳐다보더군요.

그리고 당황한듯 급하게 친 것이 토핑이 났지요.

결국 ''양파''를 했어요.

''사장님은 치셔도 됩니다''라는 말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어요.

저는 바로 만회하려고 "아,사실은 저기요. 사장…,아니 오빠 그게 아니고요…" 아무리 변명을 해도 소용이 없더군요.

인상파가 그렇게 마음이 여린줄 정말 몰랐어요.

아무 말도 안하더군요.

에구,이놈의 주책맞은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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