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위기 직전 우리는 D램 생산이 세계 1위이다 보니 국가 자체가 1위인 것처럼 착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대부분의 D램 생산 설비를 선진국에 철저하게 의존하고 있다.

손조차 못대고 있는 요소 기술들이 여기저기 수두룩하다.

이대로 있다가는 50년 뒤에 인도에, 그리고 중국, 어쩌면 필리핀에마저 추월당하는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

그럼에도 아직도 한국에서는 기술자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국가가 기술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기술자들 또한 스스로 신용을 잃었기 때문이다.

국가 전반적인 수준이 낙후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올림픽 금메달 선수를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20년이 걸리지만 연구기술자 한 명을 기르는 데는 30년이 걸린다.

앞으로 50년 뒤, 어쩌면 20년 안에 올지도 모르는 차세대 D램인 아이 칩(i-chip) 기술에 대비하자면 국력을 집중해서 한편으로는 기술자를 양성하고 또 한편으로는 현재의 기술자들을 동원시켜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특히 기술자에 대한 사회적인 처우개선도 선진국형으로 바꿔야 한다.

선진국들에 유능한 기술자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다.

일본도 이제껏 미국의 판세에 끌려 다니다가 지금부터는 미국을 앞서보겠다고 기술개발 투자에 대한 50년 계획을 총리가 직접 발표했다.

50년 뒤에는 꿈같은 개인서비스가 기다리는 희망이 있을지 모르지만 통신망에 얽혀서 개인이 감시당하고 범죄방지를 빌미로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상황도 각오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통신망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나라에 국민에 대한 통제력까지 빼앗기는 사태도 예측해 볼 수 있다.

국가 주권의 문제다.

이같은 사태를 방지하려면 먼저 한국 고유 표준의 통신망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미래산업 선정작업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밝혔다.

즉 한국형 아이칩 개발을 서둘러 국제표준 통신망에 귀속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국가 아이칩 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이 급하다"며 "아이칩을 제작할 마스터플랜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