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앞으로 통화정책방향을 통화량관리 위주에서 금리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은 어느정도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본다.

현실적으로 이미 금리위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온데다 외환위기 이후 각종 통화지표간의 괴리가 커져 더이상 총유동성(M3) 같은 특정 통화지표가 시중유동성 과부족을 정확히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관리해야 할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된 배경은 말할 것도 없이 구조조정으로 인한 신용경색의 심화와 유동성 편중으로 인해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발표내용의 핵심은 그동안 통화정책의 "중간목표"로 삼아 관리해온 총유동성(M3)증가율을 "감시지표"로만 활용하는 대신,콜금리가 적정선을 유지하도록 본원통화를 관리함으로써 물가안정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통화지표의 유용성이 크게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지난해 총통화(M2)증가율이 30%대를 기록할 때도 총유동성(M3)증가율은 5%대에 그칠 정도로 통화지표간에 괴리가 심해졌는데,이는 시중유동성이 은행예금이나 국고채처럼 상대적으로 안전한 금융자산으로만 몰리고 투신 등 여타 금융권에는 거의 흘러가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단순히 특정 통화지표의 대표성 결여가 통화관리방식 전환을 합리화하는 근거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더구나 금리지표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회사채거래가 끊기다시피 하는 바람에 대표적인 장기금리인 3년만기 회사채유통수익률도 별 의미가 없으며 이같은 사정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단기금리인 기업어음(CP)금리나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도 마찬가지다.

이론적으로도 금리정책은 통화량조절에 비해 파급경로가 복잡하고 시차가 더 길며 불확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금같은 상황에서 한은의 콜금리목표제가 과연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한은도 이같은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유동성관리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비록 "중간목표"로 하던 때처럼 목표치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곧바로 대응하지는 않지만 M3증가율 목표치를 연평균 6~10%로 잡고 여기에서 벗어나면 그 원인을 분석하는 등 후속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어쨋든 물가불안이 당장의 현안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전환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중장기적으로 금리중심의 통화정책이 기대한대로 효과를 발휘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