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증시가 연초부터 맥을 못추고 주가수준이 버블 경기 이후 최저치를 위협할 정도로 주저앉자 일본 재계와 금융계의 불안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마이 다카시 게이단렌(經團連)회장은 14일 "최근의 주가하락 추세가 심상치 않다"며 주식보유총액규제 폐지 및 주식배당에 대한 이중과세 철폐를 정부와 여당에 긴급 요청했다.

그는 16일 은행 등 금융계 수뇌들과 함께 주가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오쿠다 히로시 닛케이렌(日經連)회장은 11일 "도쿄증시가 계속 추락하면 금융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혼란을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최근 닛케이평균주가는 1만3천엔 붕괴를 위협하면서 버블 경기 붕괴후 최저였던 1998년 10월의 1만2천8백엔선을 코앞에 두고 있다.

물론 일본 재계와 증권,금융가는 도쿄 증시의 최근 여건이 1998년의 경우와 크게 다르다고 보고 있다.

상장기업들의 경상이익은 17조1천억여엔으로 예상돼 1999년 3월기의 9조7천5백85억엔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주가하락 속도가 앞으로 더 빨라진다면 기업들의 주식평가손실 확대와 함께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에 치명적 타격이 닥칠 것으로 이들은 우려하고 있다.

16개 대형 시중은행들은 작년 상반기 결산(9월)에서 평가이익을 냈지만 올 3월에는 주가하락으로 막대한 평가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가가 1만2천6백엔선 밑으로 떨어지면 은행당 평가손실이 7백억~3천5백억엔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와 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공적자금 추가투입 얘기가 거론되고 있다.

이와함께 불량채권 처리도 지연될 수밖에 없어 금융구조개혁은 벽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재계와 금융계의 위기의식과 달리 정부는 경제가 여전히 회복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해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올들어 주가가 최저치로 떨어진 지난 11일에도 미야자와 기이치 재무상과 누카가 후쿠시로 경제재정담당상은 느긋한 태도로 일관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