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인수 < 법무법인 태평양 미국변호사 isp@lawyers.co.kr >

지하철은 여러가지 편리성을 갖추고 있다.

또 운동량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제법 걷기운동을 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교통이 혼잡,체증이 심한 서울거리에서 약속시간을 확실하게 지켜주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퇴근길에 예기치 않게 술을 한 잔 해도 ''음주운전''걱정없이 집에 돌아갈 수 있다.

이밖에도 승용차를 직접 운전하는 동안의 ''피로''대신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해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지하철을 타는 떳떳함''이라고 생각한다.

연말연시의 송년회나 신년회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친구들은 전직 사장이나 장관들이란다.

현직에 있을 때 모임의 상석을 차지하고 대화를 주도하는 것이나 모임이 끝난 뒤 기사가 공손하게 집으로 모셔가는 것은 그렇다고 치자.

퇴직 후에도 역시 상석에 앉아 거들먹거리는 친구나 일정한 수입도 없는데 ''품위 유지''한답시고 여전히 기사 딸린 자가용을 고집하는 친구들과는 정말 자리를 같이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 대해선 ''퇴직 후에도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일을 공평무사하게 처리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 큰 선비들은 나라를 위해 봉사하다 때가 되면 낙향해 고향에서 후학 가르치는 것을 기쁨으로 알았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변해 반겨줄 고향도,가르칠 후학도 사라졌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낙향의 진정한 의미는 ''사회생활을 명예롭게 마친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면서 그동안의 경륜을 후학들과 나눌 수 있는 떳떳함''일 것이다.

이는 다른 곳에서 또는 먼 곳에서 찾을 일이 아니다.

퇴직한 뒤 분수에 맞게 지하철을 탈 수 있고,때로는 걸어가서 친구들을 기꺼이 만날 수 있는 용기와 소신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이제 곧 인사 시즌이 다가온다.

우리 모두 새겨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