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 코스모스플라자상가내에서는 점포 임대보증금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처한 40여명의 상인들이 겨울 추위속에서 20여일째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시멘트바닥에 주저앉아 시위를 시작한 것은 5년전 부도가 났던 코스모스상가가 지난달 21일 경매를 통해 매각되면서 임대보증금을 한푼도 건지지 못하게 되면서부터다.

이 건물의 입주상인은 1천2백70명에 임대보증금만도 6백11억원에 이른다.

상인들은 당초 건물 소유주가 상가임차인들의 보증금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현행 법의 맹점을 악용,고의부도를 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새 건물주에게 임대보증금을 반환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에 건물주는 단전 단수,음식반입 금지,철거반원 동원,영업방해로 인한 고소 등의 조처로 맞서면서 극한 대치를 하고 있다.

최근 상가 임차인들의 이같은 피해사례는 경기침체로 부도상가가 늘면서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재 참여연대 등 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상가임대차보호공동운동본부(02-7611-333)''에 접수된 사례만도 프레야타운,한양프라자,여의도 거평마트 등을 비롯해 3천2백여건에 이른다.

피해액수는 무려 5천억원에 달한다.

피해상인들을 더욱 허탈하게 만드는 것은 지난 5년여동안 추진해온 ''점포임대차보호법''과 ''업무용건물임대차보호법''이 국회의원들과 관계당국의 무관심으로 국회상정조차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세상가의 임대보증금이라도 보호해주자는 취지의 ''상가임대차보호법''은 15대 국회때인 지난 95년 여·야의원 1백여명의 의원입법으로 추진됐으나 유야무야됐다.

이후 영세상인들과 상가임대차공동운동본부는 지난해 10월 다시 입법을 제안했으나 신통찮은 반응들이다.

여기에 관련부처조차 ''모르쇠''로 일관하는 바람에 거리로 내몰리는 영세상인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