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앙수사부(김대웅 검사장)는 지난 96년 4.11총선 당시 안기부가 통치자금 차원에서 관리해 온 계좌에서 1천50억원 가량의 거액이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검찰은 안기부 관리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의 대부분이 당시 신한국당 의원 30여명에게 선거자금 명목으로 전달된 혐의를 포착하고 빠르면 이번주부터 관련 전현직 의원들을 차례로 소환,조사키로 했다.

검찰은 안기부 관리 계좌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당시 안기부 기조실 등에 근무했던 전직 간부들을 최근 조사했으며 권영해 전 안기부장 등도 소환 여부를 검토중이다.

검찰은 안기부가 구여권에 선거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관련 직원들을 안기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치자금법 공소시효(3년)가 만료되고 정치자금법 개정 당시 98년이전의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기로 해 국회의원들에 대한 사법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와는 별도로 경부고속철도 차종 선정 과정에서 로비스트로 알려진 재미교포 최만석(60.수배)씨로부터 4억원을 받은 혐의로 황명수 전의원 등 정치인 2명도 조만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선거자금 제공혐의를 받고 있는 안기부 고위 간부들과 고속철 로비 자금 수수혐의를 받고 있는 구여권 정치인 등 10여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