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SBS스포츠채널을 통해 국내에 방송돼온 미국의 스포츠전문 케이블채널 ESPN의 중계권이 MBC로 넘어갔다.

MBC는 지난달 말 ESPN스타TV와 계약을 맺고 오는 4월부터 MBC 위성·케이블 스포츠채널을 통해 ESPN을 방영키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계약금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ESPN의 국내 대리인에 따르면 1년 계약에 약 2백50만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ESPN스타TV는 세계 최대 스포츠전문 케이블채널 ESPN과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스타TV가 절반씩 지분을 출자한 합작법인으로 아시아지역 ESPN의 배급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의 프로야구(MLB),프로농구(NBA),골프(PGA)등 다양한 스포츠콘텐츠를 갖고 있는 ESPN은 지금까지 SBS 스포츠채널을 통해 국내에 독점적으로 방송해왔다.

SBS스포츠채널은 계약연장을 위해 지난해 중계권료(1백80만달러)보다 22% 인상한 2백20만달러를 제시했으나 결국 MBC에 중계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에따라 하루 6시간씩 ESPN을 방송해온 SBS스포츠채널은 오는 4월부터 콘텐츠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김화진 SBS스포츠채널 편성국장은 "앞으로 당분간 국내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등으로 ESPN이 빠져나간 시간대를 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SBS측은 이번에 ESPN 중계권이 MBC측에 넘어간 것은 불공정계약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SBS 관계자는 "ESPN 실무자들과 구두로 계약연장에 합의한 후 2주일 만에 뒤집힌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이번 계약은 MBC와 ESPN의 이중플레이로 인한 불공정 게임"이라고 양측을 성토했다.

이에대해 ESPN스타TV 관계자는 "ESPN을 단순히 프로그램공급업자로 취급하는 SBS보다는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MBC와의 전략적 제휴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MBC와 ESPN스타TV가 설립키로 잠정합의했던 국내합작법인은 방송위원회의 케이블 PP등록기준 발표 이후로 연기됐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