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규 < 과기硏 책임연구원 >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한 컴퓨터 기술혁명은 놀라운 진화속도를 보이며 디지털혁명의 한 축을 이끌어 왔다.

18개월만에 기술이 두배이상 발전한다는 무어(Moore)의 법칙이 말해주듯 PC 사용자들은 286,386,486에 이어 펜티엄까지 숨이 벅찰 정도로 이어지는 기술의 진화속도에 넋을 잃어야 했다.

불과 20년전인 80년대 초반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다.

최근들어선 자고나면 바뀌는 기술의 발전속도 때문에 아예 속도감각이 무뎌졌을 정도다.

그러나 무뎌진 속도감각을 일깨워 줄 차세대 컴퓨터가 코앞에 대기하고 있다.

테라비트(Terabit, 1012 bit)의 속도.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차세대 광(光)컴퓨터는 기가비트(Gigabit)보다 1천배나 빠른 메모리를 구현한다.

속도의 혁명이다.

광컴퓨터는 일상생활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신산업혁명을 이끌며 산업의 지도를 재편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 차세대 광컴퓨터란 =현재 컴퓨터에서 이뤄지는 작업은 실리콘 반도체를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실리콘이 위력을 발휘하던 시대는 이미 저물고 있다.

21세기 초고속 정보사회는 현재보다 수백배 빠른 속도를 요구하고 있다.

제아무리 뛰어난 실리콘이라도 감당해 내기 어려운 거대한 수요다.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른 광컴퓨터만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

이 컴퓨터는 기존의 전자 대신에 광자(photon)를 사용해 시스템을 운영한다.

아직까지 광자보다 빠른 정보 전달 방법은 없다.

빛은 1초당 18만6천1백71마일의 속도로 빈 공간을 날아다닌다.

광컴퓨터는 그런 속도를 내는 광자를 데이터 전송에 도입한 차세대 컴퓨터다.

현재의 컴퓨터보다 1천배나 빠른 속도로 작동되며 빛의 혁명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펜티엄III와 초고속 네트워크가 고물로 취급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쉽게 말해 개인용 PC로도 슈퍼컴퓨터가 하는 일을 모두 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현재로선 기적같은 일이다.

광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하드디스크, 컴퓨터네트워크, 연결장치가 각각 광자기반의 광자 프로세스, 광자메모리, 광자 정보처리 기술과 광자배선으로 대체돼야 가능하다.

<>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 =광컴퓨팅 기술의 완성은 데스크톱 크기의 슈퍼컴퓨터 상용화가 가능케 한다.

뿐만 아니라 병렬 광자 프로세서 기술로 초당 테라비트의 데이터처리는 ATM(Asynchronous Transfer Mode, 비동기성 전환모드) 스위칭,데이터베이스 관리, 컬러 영상처리, 기후 및 자원 모델링, 주변기기와의 병렬통신, 비디오 화상회의, 원격 의료진단, 3차원 영상 등 멀티미디어 시스템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광신호 연산처리 프로세서는 인간의 시각이나 촉각기능을 모방하는 바이오센서를 만들어낼 것이며 1Tbps 이상의 정보통신 기술은 초고속 광정보통신망을 가능케 할 전망.

실제 상황과 같은 현실감 있는 첨단 영상기술에 접목된 비디오 화상회의 및 사이버 이사회는 인간에게 보다 편리한 삶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초고속 광자 프로세서 기술은 가정과 사무실 등에서 인간의 삶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더 나아가 문화, 예술,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도 응용돼 삶의 방식 자체를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 산업으로서의 중요성 =광컴퓨터 시장의 크기를 예측하기는 아직 힘들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 컴퓨터와 정보통신기기 시장의 급팽창을 촉발할 것은 분명하다.

광컴퓨팅 프로세서는 21세기 초입부터 초(超)대용량의 전산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대용량 광접속 관련 핵심 기반 기술이 확보되면서 새로운 경제가 창출되고 이에 따른 경제적 부가가치도 막대할 전망이다.

앞으로 연 10%의 시장 성장을 가정할 때 광컴퓨팅 기술이 촉발하는 컴퓨터와 정보통신기기의 5년 후 세계시장은 각각 3천9백50억달러와 4천2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ekkim@ki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