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과도기가 아니라 위기다"

한 투신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투신사가 생긴 이후 지금처럼 생존의 위기를 겪은 적은 없다는 얘기다.

올 투신사의 처지가 이 한마디에 모두 담겨 있다.

투신사의 위기는 불신감 확산과 수탁고감소에서 시작한다.

작년 대우사태이후 요원의 불길처럼 퍼진 투신사에 대한 불신감은 반토막난 펀드수익률로 인해 더욱 확산되는 상황이다.

올들어서만 수탁고는 41조원이 줄었다.

◆수탁고 감소=지난 26일 현재 투신사 총수탁고는 1백47조3천5백34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말의 1백88조3천50억원보다 40조9천5백16억원 감소했다.

투신사 수익의 주된 기반인 주식형과 채권형펀드의 감소가 특히 심했다.

주식형은 30조여원,채권형은 23조여원 빠졌다.

수익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MMF와 신탁형저축만 각각 8조8천12억원과 3조7천2백86억원 늘었다.

수탁고 감소는 이익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2000사업연도 상반기(4월1일∼9월말)중 투신사 순익은 1천70억원으로 전년동기(1천6백80억원)보다 36.3%나 감소했다.

과연 위기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해결되지 않은 ''빅3''문제=한국 대한 현대투신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대한투신과 한국투신의 경우 각각 2조9천억원과 5조원의 공적자금(공공자금 포함)을 투입,급한 불은 껐다.

연계콜해소 운용사분리등 경영개선계획도 나름대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업연도(3월결산)중 경상이익 흑자전환''이란 약속은 지키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운용사 지분의 해외매각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아직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더욱이 ''폭탄의 핵''인 투기채를 대부분 3투신이 떠안고 있어 자칫하면 ''공적자금 먹는 하마''가 될 수도 있다.

관심는 현대투신이다.

AIG컨소시엄으로부터의 10억달러 외자유치가 해를 넘기면서 성사여부가 관심이 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몰락과 외국사의 진출=뮤추얼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몰락도 특기할만 하다.

뮤추얼펀드의 대명사인 미래에셋은 투신운용사를 따로 차려 이미 탈출구를 마련했다.

마이다스에셋과 KTB자산운용이 나름대로 분전하고 있지만 수익률 하락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투신사와 자산운용사의 고전을 틈타 외국사의 진출도 눈에 띈다.

미국 푸르덴셜보험은 제일투신에 자본참여를 결정,한국시장진출을 가시화했다.

알리안츠보험도 하나은행과 합작,하나알리안츠투신운용을 설립한 상태다.

템플턴도 템플턴투신의 지분을 완전 인수,시장을 넘보고 있다.

이들은 뛰어난 자산운용실력을 바탕으로 실력이 바닥난 한국의 투신사들과 진검승부를 벌일 작정이다.

투신사들로선 이래저래 사면초가에 빠진 한해였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