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를 관통하는 도로 중간에 있는 중소기업 종합전시장.이곳은 요즘 더 춥다.
강바람때문만이 아니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어서다.
이곳은 중소기업과 영세기업의 보금자리.연간 수천개 기업이 신제품을 선보이고 바이어와 상담을 벌인다.
올해도 우수조달제품전 벤처박람회 등 55개 전시회에 5천여개 기업이 참가해 수출상담을 벌였다.
하지만 이제는 제품을 전시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이곳의 운영 주체는 기협중앙회.서울시가 무상으로 임대해준 땅에 전시장을 만들어 5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 계약이 내년 6월말로 끝난다.
그것도 당초 올연말로 끝나게 돼 있는 것을 서울시의회가 최근 본회의를 열어 전시장 임대계약을 6개월 연장해준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이곳에 컨벤션 기능을 갖춘 호텔을 지을 계획이다.
호텔이 착공되면 전시장은 막을 내려야 한다.
중소기업이 여의도 전시장에 애착을 갖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임차료가 싸다.
코엑스의 절반수준이다.
또 코엑스는 앞으로 1년치 스케줄이 잡혀있다.
순발력있게 전시회를 열어야 하는 중소기업이 그곳을 확보하기란 그림의 떡이다.
반면 여의도 전시장은 부스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지리적인 이점도 있다.
강북과 강남의 중간에 있어 어느 곳에서도 접근하기 쉽다.
호텔이나 컨벤션센터도 국부 창출에 중요하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경제난 극복이 과제인 요즘 바이어들과 수출상담을 할 전시 공간만큼 중요한지는 의문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을 다니면서 가장 부러운 것은 다양한 크기의 전시장을 많이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적기에 전시회를 열어 바이어를 끌어들이고 수억 달러씩 계약을 맺고 있지요"
여의도에서 열린 전시회에 여러차례 참가했던 박기주 케이디파워 사장의 말이다.
''전시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선진국들의 인식이 한국에 뿌리내릴 때 비로소 경제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중소기업인들의 시각이다.
김낙훈 벤처중기부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