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초 부실기업정리의 최대피해자로 대한통운이 꼽힌다.

전자상거래시대 택배업의 최대기대주로 촉망받던 대한통운은 지난 11 부실기업정리 과정에서 퇴출리스트에 올랐다.

대한통운 직원들은 일간지에 대대적으로 광고를 내면서 억울하다고 하소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 회사는 모기업인 동아건설에 7천억원 이상의 지급보증을 선 탓에 실적이 극히 양호했지만 모기업과 운명을 같이 할 수 밖에 없었다.

재산보전처분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빚보증을 잘못 선 데 따른 결과지요. 누구를 탓하겠습니까"(이보길 홍보팀장)

사실 대한통운의 한 해 매출액이 1조원 남짓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7천억여원의 지급보증은 해소할 길이 없다.

그런데도 이 회사가 자신의 체력한도(자본금 1천7백20억원)를 훨씬 넘어 보증을 섰던 이유는 최원석 전 동아그룹회장 시절 ''모기업 몰아주기''식 경영난맥상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보증 규모가 과다하다는 의견이 내부적으로 제기되기도 했지만 오너 중심의 경영체제는 이를 깡그리 무시했다.

심지어 지급보증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명의를 도용하는 사례까지 생겨나 법정소송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기업들 중에는 좋은 재무구조와 영업망을 갖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통운처럼 부실계열사에 대한 과다 지원으로 빚더미에 눌러앉는 기업들이 상당수 있다.

지난 10월 대우조선과 대우기계로 분할된 대우중공업 역시 비슷한 이유로 부실화된 케이스다.

지난 10여년간 대우중공업이 대우자동차등 계열사에 퍼부은 자금은 무려 6조원 이상에 달한다.

이가운데 대우자동차로만 주식투자분(2조3천억원)을 포함해 모두 4조3천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 88년 이후 세계 조선경기 활황으로 벌어들인 돈이 모두 대우자동차로 빠져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만약 이 돈이 그대로 회사에 남아있었다면 대우중공업은 세계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했을 겁니다"(회사 관계자)

그런데도 대우중공업은 회계분식과 교묘한 장부조작으로 지난 98년까지도 ''흑자''를 냈다.

이 문제는 분할회사의 주식배분 문제를 놓고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봉착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사실상 껍데기밖에 남지 않은 회사였지만 "장부상 명백한 우량기업이고 투자자들은 그런 재무제표를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만큼 소액주주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해서는 안된다"는 ''일리있는'' 주장에 결국 채권단은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98년말 부도처리된 통일그룹 계열의 한국티타늄 공업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당시 (주)일화 통일중공업등 관계사에 대한 대여금이 금융권 총차입금(2천5백83억원)의 34.6%에 달하는 8백93억원에 달했다.

여기에다 관계사에 대한 지급보증은 무려 4천7백36억으로 당시 자본금(3백92억원)의 12배를 넘었다.

다른 계열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았던 재무구조가 ''화근''으로 작용했다는게 회사 관계자들의 촌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