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업계에 "E2E" 혁명이 불고 있다.

E2E란 엔지니어 대(對) 엔지니어(Engineer to Engineer)란 뜻.

엔지니어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가상 설계실에서 실시간 공동작업을 통해 자동차를 설계, 제작한다는 개념이다.

그러자면 기초 연구에서 제품 디자인, 부품조달, 생산, 쇼룸의 자동차 진열까지 모든 과정을 인터넷으로 연결, 리얼타임으로 정보를 교환하며 협력작업을 벌여야 한다.

결국 인터넷을 통해 자동차 생산및 판매의 효율성을 극대화는게 E2E의 핵심인 셈이다.

자동차업체들은 70년대 이후 컴퓨터 설계 등 생산과정 첨단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여 왔다.

신제품 개발기간은 5년에서 3년으로, 조립시간은 30~40시간에서 20시간 이하로 각각 줄어들었다.

그러나 요즘같은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남자면 이 시간을 한층 과감히 단축시켜야 한다.

설계로 시작해 고객으로 끝나는 기업흐름 곳곳의 정보전달 속도를 높임으로서 이런 목적을 달성하자는게 E2E의 취지다.

E2E가 본격화되면 신모델 개발속도는 1년아래로 줄어들 것이란게 업계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E2E가 본격화되면 전세계 엔지니어와 부품업체들이 리얼타임으로 대화해 가면서 차를 설계하고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확정할 수 있다.

전세계 엔지니어팀들은 컴퓨터 화면에 3D자동차 설계를 올려 놓고 하나씩 작동시켜 가면서 토론도 한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엔지니어들은 각자가 맡은 부분의 설계를 고치고 부품을 바꿔볼 수 도 있다.

갖가지 환경에서 시운전도 가능하다.

비나 눈이 올때 운전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차의 성능을 평가할 수 있다.

이런 각종 테스트를 거쳐 부품이 결정되면 부품 설계서는 부품공급업체에 즉각 보내진다.

의사결정과 정보전달이 즉각 이뤄지는 만큼 시간이 크게 단축되는 것이다.

E2E의 성공에는 소프트웨어가 필수적이다.

빅3가 잇달아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손잡기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GM은 최근 유니그래픽스 솔루션사와 1천3백만달러짜리 계약을 맺었으며 포드는 스트럭처럴 다이내믹스 리서치와, 다임러크라이슬러는 프랑스의 다소 시스템과 각각 제휴를 맺었다.

이들은 입체인터액티브 응용프로그램 등 자동차 E2E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의 선두주자들이다.

리서치업체인 AMR에서 "굴뚝산업의 e비즈니스"를 분석하는 마이클 버켓은 "미국 자동차 업계가 앞으로 수년간 매년 10억달러 이상씩 웹관련 시스템에 투자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월드카" 프로젝트는 E2E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초 미국, 유럽, 일본 등 3개 대륙의 엔지니어팀들이 가상 설계 시스템을 통해 유러피안 로드스터 챌린지(EUROC) 경주용 차를 단 7일만에 만든 것.

이들 팀은 기존 부품을 개조하고 선택하는 일부 부분에서만 가상설계를 적용했기 때문에 본격적인 예로 보긴 힘들다.

그러나 E2E 실효성을 보여준 첫 테스트였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패스트카(FastCar)" 프로그램도 E2E의 일환이다.

디자인, 엔지니어링, 제조뿐 아니라 품질관리, 재무, 조달과 공급,판매, 마케팅까지 모든 업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자는게 패스트카 프로젝트의 핵심.

웨서스타인 페렐라증권의 멀리스는 자동차 업체들이 앞으로 5년동안 E2E 프로젝트를 통해 제품개발 시간을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고 자동차 생산비용을 대당 9백~1천3백달러 삭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그 결과 2005년까지 빅3의 총 비용절감액은 1백85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그는 전망한다.

하지만 E2E의 수혜자는 자동차 메이커들만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오히려 큰 혜택"(오클라호마 대학의 자헤드 시디크 교수)을 보는 윈-윈 프로젝트다.

소비자의 입맛을 정확히 파악해 제때 시장에 내놓는 것.

이것은 생산자뿐 아니라 고객들에게도 엄청난 이익이기 때문이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