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선거중 조지 부시 당선자와 앨 고어 부통령의 논쟁은 주로 사회보장,재정흑자 처리 등 국내문제에 집중된 반면 대외문제에 대해서는 심도있는 정책 경쟁을 거의 하지 않았다.

따라서 치열한 선거공방전으로 리더십에 흠집을 입은 데다 의회에서 압도적인 다수석을 얻지 못한 부시 당선자는 해외문제보다는 내부결속에 주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카네기재단의 외교정책 전문가인 토머스 캐로더스는 부시 정부가 미국의 국익과 직결되는 문제나 절대적 군사력 우위를 보전하는 쪽으로 외교노선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익에 도움이 되는 사안에 대한 ''선별적 개입''을 외교정책의 근간으로 삼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부시의 정책은 유럽이나 중국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대중국 노선은 다소 강경하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는 중국이 ''전략적 파트너''가 아니라 ''전략적 라이벌''이라고 표현하면서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늘리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 ''그동안 심각하게 태만했다''고 표현한 것으로 미뤄 일본을 가까이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

부시는 발칸반도에서 발을 빼고 싶어하는 입장이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이해와 충돌을 일으킬 소지도 있다.

한반도와 관련,부시는 한반도에서의 미군주둔이 미국의 국익보호뿐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극동지역의 전반적 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대북전략에서 부시의 기본노선은 김대중 대통령이 추구해온 햇볕정책이나 빌 클린턴 대통령의 대북한 포용정책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게 이곳 워싱턴정가의 분석이다.

공화당의 제시 헬름즈 상원 외교위원장이나 벤저민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위원장의 경우 이미 "미국이 당근만 제공하고 채찍은 아예 버려두었다"고 비판해 왔다.

이들 매파와 더불어 국무장관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과 국방장관이나 CIA국장으로 거명되고 있는 폴 월포위츠 등도 ''무조건적인 시혜''에는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새로운 자세와 접근방식을 취하지 않는 한 북미 관계개선은 상당기간 유보되거나 답보상태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yangbong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