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공동선언) 이행과정에서 부족한 점도 많았다"

"당국 입장만 제대로 정리하면 됐지,개인의 의견에 일일이 귀기울일 필요 없다"

"전 단장의 말과 실제가 다르다는 우려가 있다"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제4차 남북장관급회담에 참석한 남측 대표단의 입장이 전례 없이 강경하다.

남측 수석대표인 박재규 통일부 장관은 전날 첫 환담에서 전금진 북측 대표단장과 가시돋친 설전으로 일합을 겨룬 데 이어 13일 첫 공식회의에서도 ''뼈 섞인'' 말을 거침없이 내뱉았다.

장충식 한적 총재에 대한 북측의 비난과 2차 이산가족 교환방문때 발생한 취재기자 활동제한 등에 대해 강한 유감의 뜻도 표시했다.

지난 3차례의 장관급 회담을 비롯한 여러 채널의 대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강경한 자세다.

남측 대표단은 사실 평양으로 떠나기 전 ''뭔가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박 장관은 전날 "국민들의 바람을 믿고 당당하게 1년을 결산하고 돌아오겠다"며 평양으로 향했다.

박 장관은 "북측에 알려줄 것은 알려주고 짚을 것은 짚을 것" "정면으로 해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남측 대표단의 이같은 자세는 일단 환영을 받고 있다.

6·15공동선언 이후 남측은 북측의 일방적 일정지연과 까탈스런 꼬투리잡기 등에 대해 일대일 대응을 피해왔다.

''대북 저자세''라는 비난마저 들어야 했고 지난주 국회 예결특위에서는 여야 의원들 모두로부터 질타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왜 진작 당당하게 대처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박 장관은 "먼 길을 가야 하는데 처음부터 부딪치면 오히려 어려움을 맞을 수 있었다"며 "저자세가 아니라 북측을 받쳐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이는 변명일 뿐이다.

또 지금까지 누적된 문제점을 한꺼번에 짚고 넘어가는 것이 관계 진전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회담 외적인 사안을 빌미로 한 꼬투리 잡기 등은 그때그때 짚어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해가 바뀌는 만큼 북측도 우리가 원하는 것을 알 것"이라는 박 수석대표의 기대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