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화 환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며칠새 달러대비 원화 환율이 1천1백80원을 넘어서 1천2백원선을 돌파했다.

이는 연중 최저치인 1천1백4원에 비하면 무려 10%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최근의 환율급등세는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 부진에 따른 국내 경제 불안과 일본 대만 등 주변국 통화의 가치 절하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원화 환율의 상승은 외화부채가 많은 대기업의 환차손 증가 및 물가상승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나,수출기업의 대외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도 크다.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우리 나라 전체 수출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대략 1천1백원선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무역협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손익분기점이 낮은 자동차 등 중공업제품은 물론 섬유 등 경공업 제품들까지도 손익분기점 환율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 채산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또 다른 분석에 의하면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무역수지는 48억달러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적정한 환율 수준은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을 호전시키지만,과도한 환율 상승은 오히려 수입 원가부담을 가중시켜 수익성 증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특히 무엇보다도 환율이 하루에 10원 이상씩 급등하는 등 환율상승폭이 너무 가파르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보인다.

환율변동폭이 크면 금융불안 물가불안 등 거시경제적인 부정적 파급효과는 물론 수출기업에도 불리한 영향을 미치므로 환율의 안정을 위한 당국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최근 우리 경제를 보면 소비와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내수는 위축되고 있는 반면 수출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올해 3분기에는 65%에 달하고 있어 우리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경기가 내수를 중심으로 하강국면에 들어가고 있지만 올해는 8%대의 성장이 가능하다.

내년에는 5%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수출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반도체 가격이 하락했으나 수출 물량은 아직 많으며 자동차 철강 등의 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 10월 경상수지도 11억7천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환율이 어느 정도 안정되어 있고,미국 경기가 아직은 괜찮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내년 우리의 수출시장 환경은 유럽 아시아 등 주요 수출국 경기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미국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 여건의 악화가 예상된다.

특히 철강 조선 자동차 등 주요 업종의 통상 마찰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대미 수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이나,일본과 유럽지역에 대한 수출은 어느 정도 호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수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수출확대를 통해 경기하강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풀어나가야 할 때로 생각된다.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한다고 해도 현재의 수출호조세가 지속된다면 경기 급락을 막을 수 있고 하강기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구조조정 노력과 관련해서도 수출역량 확대는 기업의 핵심역량 제고 등 실물부문의 구조조정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 기업의 현금 흐름(cash flow)도 개선시킬 수 있다고 생각된다.

나아가 수출증대를 통해 유휴설비의 가동률을 높임으로써 고용을 증대시키고 최근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문제도 해결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아닌가.

중요한 것은 국내 기업의 수출확대 전략이 환율 의존형 가격경쟁력 중심에서 품질 디자인 등 비가격 경쟁력 중심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수출 주력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달성함으로써 기업의 수출 활동에 대한 환율 변동 영향을 줄여 나갈 수 있다.

한편으로는 환율변동성에 대비하여 수출 기업들의 경우 단순히 외화 예금만을 활용한 외환 거래에서 탈피,외환 선물시장을 활용한 적극적인 환위험 관리 노력도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