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때 곱던 얼굴,이제는 주름만…"

전쟁통에 헤어진 아내의 처녀때 사진을 평생 간직해온 홍대중(79·서울 성동구 옥수동)씨는 1일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손때 묻은 사진을 펴놓고 세월의 깊이가 얼굴에 박힌 아내 박선비(74)씨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어루만졌다.

홍씨는 "연년생 아들이 있어 전쟁통에 다 죽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잘 자란 걸 보니 정말 ''귀한 일''"이라며 "나보다 5년 아래인데도 주름이 많은 것을 보니 내가 고생을 너무 시킨게지…"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아내 박씨는 연신 눈물만 흘리며 50년 한을 삭였다.

농사를 짓고 살았던 홍씨는 지난 50년 9월 공산당의 강제 징집을 피해 홀로 서울로 내려왔다.

북한에 남겨놓은 어머니와 가족들을 생각하며 홀로 지내던 홍씨는 헤어진지 21년만인 71년 더이상 가족을 만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재혼했다.

연년생으로 남겨놓은 아들(형주·54,철주·52)과 딸(형순·51)이 건강하게 자란 것을 보니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