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세계무역기구(WTO) 기능 약화.뉴라운드 협상 부진에 따라 다자체제가 균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개도국과 비정부기구(NGO)를 중심으로 반세계화 물결도 거세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들은 대체방안으로 주요 교역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 정부들어 FTA 정책을 대외정책의 핵심과제로 추진해 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맞춰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으로 긴급 좌담회를 마련, 그동안 FTA의 추진현황과 문제점,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를 집중 점검해 봤다.

[ 참석자 ]

<> 김철수 < 세종대학교 교수 >
<> 손병두 < 전경련 부회장 > - 사회
<> 이경태 < 대외경제정책硏 원장 >
<> 한상춘 < 本社 전문위원 >
( 가나다 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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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中-日 3국간 FTA 바람직" ]

▲손병두 부회장(사회) =먼저 자유무역협정(FTA)이 세계무역기구(WTO) 정신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이 분야의 최고권위자인 김 교수의 견해는.


▲김철수 교수 =몇년전까지만 하더라도 FTA와 같은 지역주의가 다자주의의 걸릴돌로 인식돼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처럼 지역주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WTO는 △회원국들이 실질적으로 평등하고 △역외국에 대해 차별적인 요소만 없다면 예외적으로 FTA를 인정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다자주의와 지역주의를 서로 대립적 관계로 파악하기 보다는 보완적인 개념으로 봐야 한다.

▲손 부회장 =우리나라가 칠레와 같은 교역국과의 FTA 정책을 추진할 때 역시 농산물 분야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 교수 =해당국과의 협상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생각한다.

WTO 규정에도 농산물과 같은 민감한 분야에 대해서는 해당 업종과 관련산업의 경쟁력을 감안해 FTA 추진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유예기간을 두도록 되어 있다.

▲한상춘 전문위원 =많은 예외조항을 두다 보면 WTO 정신에 위배되는 문제와 FTA 추진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어차피 예외조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해결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손 부회장 =과거 미국과 이스라엘의 FTA 추진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는 농산물 분야를 예외적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지 않은가.

▲이경태 원장 =칠레는 모든 제조업이 우리보다 경쟁력이 뒤지기 때문에 우리 입장만을 고려해 농산물 분야를 예외조항으로 두다 보면 사실상 FTA 추진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오히려 우리 포도재배 농민들을 칠레에 진출시켜 현지 재배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고 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손 부회장 =어떤 나라와 FTA를 추진하더라도 우리 입장에서 농산물은 민감한 분야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더라도 FTA는 경제적 효과가 크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위한 선결과제는 어떤 것이 있나.

▲이 원장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후보국가와의 FTA를 추진할 때 무역상의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기초연구부터 필요하다.

이 문제의 시급성을 감안해 이미 관련 국가와 공동으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것이 빠른 시일내에 전제가 돼야 후보국 선정과 FTA 추진에 대해 부정적인 국민들을 설득시키는데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 =우리가 FTA 후보국을 선정할 때 고려해야 할 기준으로는 △경제규모가 커야 하고 △지리적으로 인접한 데다 △역사적.문화적 공감대가 있어야 하며 △가능한 한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이런 기준을 감안할 때 2국간 FTA보다는 3국 이상의 FTA가 바람직하다.

현 시점에서 한.중.일간 FTA가 현실적인 방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손 부회장 =한.중.일간 FTA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오히려 경제적.안보적 측면을 감안할 때 미국과의 FTA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는데.

▲김 교수 =FTA 추진은 우리 뿐만 아니라 상대국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야 한다.

현재 미국은 우리나라와의 FTA 추진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본다.

▲한 위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계량적으로 보더라도 미국과의 FTA를 추진할 경우 단기적으로 우리에게 실익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과의 FTA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투자협정을 통해 신뢰구축과 산업간 격차를 줄여 놓을 필요가 있다.

▲손 부회장 =일본과의 FTA 추진은 어떤가.

지난번 한.일간 재계회의에 참석해 관련 인사들을 만나보면 최근 들어서는 일본이 더 적극적인 것 같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일본과의 FTA 추진은 쉽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원장 =중장기적으로는 몰라도 단기적으로 일본과 FTA를 추진할 때 대일 무역적자가가 늘어나는 것이 문제다.

가뜩이나 일본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정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일 무역적자가 늘어날 경우 FTA 추진은 쉽지만은 않다.

한 위원이 지적했듯이 신뢰구축을 위해서는 일본의 대한국 투자를 가능한 한 많이 유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 =우리가 단독으로 일본과 FTA를 추진했을 경우 역사적 앙금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도 커다란 과제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을 끌어 들여 한.중.일 3국간 FTA를 추진할 경우 이 문제를 자연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 위원 =최근처럼 국제적으로 외환위기 가능성이 상존해 있는 상황에서는 FTA를 추진하더라도 단순히 교역상의 이익만을 고려해 추진할 수는 없다.

특히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의 입장에서는 ''제2선 자금(back up facility)''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도 한.중.일 3국간 FTA 방안이 바람직해 보인다.

▲손 부회장 =참고로 전경련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은 정부가 교역국과의 FTA를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88.1%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역상대국으로는 미국과의 FTA를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86.8%,일본과의 FTA 추진방안에 대해서는 69%가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FTA 추진을 위해 국내기업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이 원장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과의 FTA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사전단계로 이들 국가의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확대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문제만큼은 정부보다는 재계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가능한 문제라고 본다.

앞으로 재계가 정부의 FTA 정책추진에 좀 더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

▲김 교수 =지금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우리 경제가 다시 한번 세계성장 반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세계화는 필수적인 과제다.

최근 들어 우리 국민들 사이에 반세계화 조짐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염려되는 대목이다.

특히 FTA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정리=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