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주의 개표결과 마감시한이 주정부 방침대로 고수될까,아니면 법원에 의해 연장될까''

이 문제가 미국대선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마이애미법원이 13일 수작업 재검표를 중단시켜 달라는 조지 부시 후보 진영의 요청을 기각함에 따라 팜비치 볼루시아 등 일부 카운티는 전면 수작업 재검표에 들어갔다.

그러나 캐서린 해리스 플로리다 주무장관은 "14일 오후 5시(한국시간 15일 오전 7시)로 돼 있는 개표결과 보고 마감시한을 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플로리다 주정부가 마감시한을 강행할 경우 사실상 수작업 재검표는 불가능해진다.

13일에는 볼루시아카운티의 개표 마감시한 연장소송에 대한 심리가 열렸으며 팜비치카운티도 같은 내용의 소송을 관할 법원에 냈다.

이날 고어 진영도 민주당 차원에서 개표마감 연장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고어는 ''공정한 개표''를 요구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반면 그동안 느긋하던 부시는 수세에 몰렸다.

◆속타는 부시=재검표없이 ''속전속결''로 플로리다주 개표를 마무리짓고 싶은 게 부시의 심정이다.

비공식 집계에서 현재 3백88표를 앞서고 있는 부시 후보로서는 승패를 뒤집을지도 모르는 수작업 재검표를 중단시키고 플로리다주의 개표결과 발표를 일정대로 밀고 나가는 게 유리하다.

더욱이 시간이 지날수록 여론마저 부시에게 불리한 쪽으로 돌아가고 있어 부시의 속을 태우고 있다.

우선 부시가 "주(州)의 일은 해당 주에 맡기자"던 평소 주장과는 달리 연방법원에 항소한 것부터 명분을 잃고 있다.

부시는 1심에서 재검표 중단 소송이 기각됨에 따라 항소를 제기하면서 ''애틀랜타 고등법원''을 택했다.

플로리다주 법원은 민주당 소속 판사들이 주류를 이루는 반면 애틀랜타를 포함,연방법원은 공화당 소속 판사가 우세하기 때문이다.

◆느긋한 고어=고어 후보는 13일 백악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계산착오나 개표누락 같은 ''실수''에 의해 대통령에 당선되고 싶지 않으며 부시 후보도 마찬가지라고 믿는다"며 여유있는 표정을 지었다.

특히 "지금 걸려있는 것은 누가 대통령자리를 차지하느냐가 아니라 민주주의 그 자체"라며 재검표 상황을 ''민주주의 수호''와 ''반민주주의 세력''간의 싸움으로 몰고 갔다.

고어측은 ''지연작전''의 일환으로 부시가 7천2백여표 차로 이긴 뉴햄프셔주에 재검표를 요청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중이다.

뉴햄프셔주 선거인단수는 4명에 불과하지만 여기서 부시가 패배할 경우 플로리다에서 이겨도 선거인단 과반수인 2백70표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백악관 입성은 좌절된다.

워싱턴의 정치전문가들도 시간을 끌수록 사태는 고어쪽에 유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팜비치의 전면적인 수작업 검표가 이뤄질 경우 고어가 역전승을 거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