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기자의 '책마을 편지'] '다섯 줌의 쌀'과 삶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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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책마을 편지''를 읽고 많은 분들이 편지와 이메일을 보내주셨습니다.
그중에는 삶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다고 답답한 심정을 담아보낸 분들도 많았습니다.
오늘은 그분들을 위해 답장을 씁니다.
누구에게나 녹록치 않은 게 삶이지 않겠습니까.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다고는 하지만 그게 쉬운 일도 아니지요.
하지만 모든 괴로움이 마음으로부터 나온다고 했으니 그 짐을 벗는 일도 자기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일본의 유명한 선승인 이큐 선사가 길을 가는데 어떤 자가 숲 속에서 툭 튀어 나와 다짜고짜 물었다고 합니다.
"불법은 어디에 있는가"
이큐가 "가슴 속에 있다"고 대답하자 그는 단도를 뽑아 들고 "그렇다면 이것으로 네 가슴을 열어 진짜인지 확인해봐야겠다"며 덤볐다는군요.
그러자 이큐는 담담히 시 한 수를 들려줍니다.
''때가 되면 해마다 피는 산 벚꽃/벚나무를 쪼개보라 거기 벚꽃이 있는가!''
사람의 본성과 인간관계의 명암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일화입니다만,우리들 마음의 경계가 얼마나 뚜렷한가를 보여주는 얘기이기도 하지요.
료칸 선사는 다섯줌의 식량만 있으면 그것으로 행복할 수 있다며 이런 시를 남겼습니다.
''자루 속 석 되의 쌀/이로리 옆 한다발의 땔감/누가 미오(迷悟)를 묻는가/명리는 티끌과 같은 것/밤비 내리는 초암/두 다리를 마음껏 쭉 펴고 사네''
이런 얘기들은 일본 선승들의 일화집 ''다섯 줌의 쌀''(최성현 엮음,나무심는사람)에 실려있습니다.
일상이 고단할수록 웃음을 잃지 말아야 된다고들 하지요.
해학과 기지가 넘치는 선승들의 일화는 우리를 잠시나마 즐겁게 해줍니다.
이큐가 어렸을 때 조정의 한 대신과 문답 겨루기를 했다는군요.
대신은 커다란 떡 두개를 겹쳐 담아 이큐 앞에 내놓고는 실컷 먹어라고 한 뒤 방금 먹은 떡 두개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맛있었느냐 물었습니다.
이큐는 대답에 앞서 손뼉을 짝 쳤습니다.
그리고는 말했죠."어느 쪽 손에서 더 좋은 소리가 났습니까? 이걸 맞추시면 대신님의 질문에 답하겠습니다"
단무지의 유래로 알려진 다쿠앙 선사 얘기도 재미있습니다.
당시 최고 권력자였던 도쿠가와 이에미스가 그를 찾아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식사를 하게 됐지요.
식탁을 보니 난생 처음 보는 음식인데 그냥 소금을 넣은 쌀겨에 무를 절인 것이었습니다.
산해진미만 맛보던 이에미스가 그 보잘것없는 것을 별미라며 ''이를 고안하신 선사님의 이름을 따서 다쿠앙이라고 합시다''해서 그렇게 불리기 시작했다는군요.
선(禪)은 잘 아시다시피 인도 불교가 중국의 노장사상과 만나 생겨난 ''사상의 꽃''이지요.
정신을 가다듬고 마음의 안락자재(安樂自在)와 깨달음을 얻는 것.
그 과정에는 혹독한 수행이 따르게 마련이지요.
자신에게는 가혹할만큼 엄격하면서도 함께 살아가는 이웃과 자연 사물에는 한없이 자비로웠던 선승들.
가진 것 없는 그들이 왜 가장 많은 정신의 유산을 남겼는지 오래 생각하게 됩니다.
마음의 짐을 지고 있는 많은 분들께 이 책의 향기가 답장보다 빨리 전해지기를 빕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그중에는 삶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다고 답답한 심정을 담아보낸 분들도 많았습니다.
오늘은 그분들을 위해 답장을 씁니다.
누구에게나 녹록치 않은 게 삶이지 않겠습니까.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다고는 하지만 그게 쉬운 일도 아니지요.
하지만 모든 괴로움이 마음으로부터 나온다고 했으니 그 짐을 벗는 일도 자기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일본의 유명한 선승인 이큐 선사가 길을 가는데 어떤 자가 숲 속에서 툭 튀어 나와 다짜고짜 물었다고 합니다.
"불법은 어디에 있는가"
이큐가 "가슴 속에 있다"고 대답하자 그는 단도를 뽑아 들고 "그렇다면 이것으로 네 가슴을 열어 진짜인지 확인해봐야겠다"며 덤볐다는군요.
그러자 이큐는 담담히 시 한 수를 들려줍니다.
''때가 되면 해마다 피는 산 벚꽃/벚나무를 쪼개보라 거기 벚꽃이 있는가!''
사람의 본성과 인간관계의 명암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일화입니다만,우리들 마음의 경계가 얼마나 뚜렷한가를 보여주는 얘기이기도 하지요.
료칸 선사는 다섯줌의 식량만 있으면 그것으로 행복할 수 있다며 이런 시를 남겼습니다.
''자루 속 석 되의 쌀/이로리 옆 한다발의 땔감/누가 미오(迷悟)를 묻는가/명리는 티끌과 같은 것/밤비 내리는 초암/두 다리를 마음껏 쭉 펴고 사네''
이런 얘기들은 일본 선승들의 일화집 ''다섯 줌의 쌀''(최성현 엮음,나무심는사람)에 실려있습니다.
일상이 고단할수록 웃음을 잃지 말아야 된다고들 하지요.
해학과 기지가 넘치는 선승들의 일화는 우리를 잠시나마 즐겁게 해줍니다.
이큐가 어렸을 때 조정의 한 대신과 문답 겨루기를 했다는군요.
대신은 커다란 떡 두개를 겹쳐 담아 이큐 앞에 내놓고는 실컷 먹어라고 한 뒤 방금 먹은 떡 두개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맛있었느냐 물었습니다.
이큐는 대답에 앞서 손뼉을 짝 쳤습니다.
그리고는 말했죠."어느 쪽 손에서 더 좋은 소리가 났습니까? 이걸 맞추시면 대신님의 질문에 답하겠습니다"
단무지의 유래로 알려진 다쿠앙 선사 얘기도 재미있습니다.
당시 최고 권력자였던 도쿠가와 이에미스가 그를 찾아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식사를 하게 됐지요.
식탁을 보니 난생 처음 보는 음식인데 그냥 소금을 넣은 쌀겨에 무를 절인 것이었습니다.
산해진미만 맛보던 이에미스가 그 보잘것없는 것을 별미라며 ''이를 고안하신 선사님의 이름을 따서 다쿠앙이라고 합시다''해서 그렇게 불리기 시작했다는군요.
선(禪)은 잘 아시다시피 인도 불교가 중국의 노장사상과 만나 생겨난 ''사상의 꽃''이지요.
정신을 가다듬고 마음의 안락자재(安樂自在)와 깨달음을 얻는 것.
그 과정에는 혹독한 수행이 따르게 마련이지요.
자신에게는 가혹할만큼 엄격하면서도 함께 살아가는 이웃과 자연 사물에는 한없이 자비로웠던 선승들.
가진 것 없는 그들이 왜 가장 많은 정신의 유산을 남겼는지 오래 생각하게 됩니다.
마음의 짐을 지고 있는 많은 분들께 이 책의 향기가 답장보다 빨리 전해지기를 빕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