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장쩌민 주석이 일본을 방문한 이래 중국과 일본의 관계는 지금까지 대체로 순탄했다.

물론 마찰도 있었다.

일본내에서는 중국을 불안하고 위협적인 존재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고 중국인 중에는 일본이 그동안 세계대전이나 대만 문제 등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가끔 일본 정치가들이 중국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발언을 할 때가 있다(올해 4월에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가 재일 중국·한국인 등을 가리켜 소수민족을 격하시켜 부르는 ''3국인''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내가 바라는 것은 일본 여론이 중·일의 우호관계를 생각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중·일 양국이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현실을 감안해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민감한 문제들은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이 양국 우호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지난 역사에 대해서 말하자면 역사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종의 배반이다.

미래를 지향하기 전에 역사를 똑바로 보고 과오를 반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중·일 관계에서 역사를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양국민들이 지난 잘못을 토대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을 뿐이다.

어떤 일본인은 97년 방문한 장쩌민 주석이 일본의 공개 사과를 요구한 것에 대해 일본이 언제까지 사과해야 만족할 것이냐고 묻는다.

하지만 95년 무라야마 총리가 아시아인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힌 적은 있어도 일본이 정식문서를 통해 중국인에게 사과한 적은 한번도 없는게 사실이다.

사과를 하고 안하고는 물론 일본의 자유지만 나는 일본인들이 이 문제에 대해 한번 심각하게 생각을 해주기를 바란다.

일본이 전쟁중 중국에 화학무기를 버린 것에 대해서는 양국이 이미 협의를 통해 공동 처리를 약속했다.

그러나 난징대학살은 일본이 부인할지 모르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이 또한 역사를 바로 보기 위해 짚고 넘어갈 문제다.

중국이 그동안 환경문제를 너무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있다.

사실 경제개발을 진행시키는 과정에서 초기에는 환경이 많이 파괴됐다.

그것은 중국뿐 아니라 서방국가들 모두 산업화 초기에 그같은 과정을 겪었다.

단지 서방 국가들은 이미 산업화가 마무리돼 이제는 환경보호에 더 역점을 두고 있을 뿐이다.

중국은 이제 한창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들처럼 환경보호에 역점을 둘 여유가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환경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최근 얘기를 나눈 일본 정당 지도자들도 베이징 공기가 몇년 사이 많이 깨끗해졌다고 말했다.

최근 서부개발을 진행하면서도 환경문제는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문제중 하나다.

대만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할말이 있다.

대만은 원래 중국의 영토다.

2차대전 직후 국제사회는 중국이 대만에 대해 주권을 행사하는 것을 인정했다.

대만이 현재 중국과 분리된 것은 단지 내전 때문이다.

대만이 중국에 회귀돼야 한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국인 모두는 대만과의 통일을 바라고 있다.

대만은 중국에 편입돼도 현재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이 서로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양국 우호관계를 발전시키고 불신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장쩌민 주석과 오부치 총리가 중·일 양국의 우호발전을 위해 공동선언한 내용을 토대로 양국이 협력을 증대시키는 것은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세계전체에도 복이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정리=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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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중국 주룽지 총리가 최근 도쿄 방문중 일본의 한 텔레비전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60분간 1백여명의 일본 시민들과 직접 대화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