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내륙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38번 국도.

중앙고속도로 서제천 나들목에서 이 국도로 접어들어 왕복 2차선의 도로를 곡예하듯 2시간여 달리면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이 기다린다.

애써 찾지 않아도 시가지를 가로질러 백운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국내 초유의 내국인 대상 ''스몰 카지노''는 이 산의 정상 1천1백m에 자리잡고 있다.

개장을 하루 앞둔 27일 고한읍은 온통 설렘으로 휩싸여 있었다.

주민들은 카지노 개장을 축하하는 현수막 아래서 도로와 가로수를 정비하느라 들뜬 손놀림을 보였다.

카지노가 열린다는 소식에 고향을 떠났던 주민들도 속속 돌아오고 있다.

탄광이 하나 둘씩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늘어났던 한숨도 씻은 듯 사라졌다.

지난 93년 수도권 일대 건설현장으로 식당일을 하러 떠났던 조영식(38·여)씨.

7년만에 다시 이 곳으로 돌아와 일식집 ''미향''을 차렸다.

조씨는 "카지노 개장과 함께 외지인들이 몰려들어 다시 부촌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정선·사북·고한 등 이 일대에 뿌려질 돈도 돈이지만 일자리가 생긴 것이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카지노 딜러로 일하게 된 김미경(22)씨는 요즘 며칠간 밤잠을 설쳤다.

광부를 그만두고 트럭운전사로 일하는 아버지를 도울 수 있게 됐기 때문.4대1의 카지노 딜러 시험을 통과,3개월의 고된 훈련도 힘든줄 몰랐다.

광부의 아들 딸 40여명이 딜러로 취직했다.

신입 딜러 김성경(24·여)씨는 아버지가 탄광일을 그만둔 뒤 어머니가 보험설계사로 나서 어렵사리 대학(청주대 관광경영학과)을 마칠 수 있었다.

그녀는 "가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며 "새벽까지 카드 연습을 하느라 엄지손가락이 찢어졌지만 이를 악물고 배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푼 꿈만큼이나 우려도 적지않다.

우선 조용한 마을에 밀어닥친 문화적 충격이 걱정이다.

''대박미인촌''''카지노택시''''카지노PC방''''카지노 광고영업''등 네온사인이 내뿜는 강렬한 불빛이 칠흑 같던 탄광촌을 불야성으로 바꿔놨다.

개발특수를 보려고 부동산 중개소도 10여개가 새로 생겼다.

조용한 마을에 도박 바람이 불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도 만만찮다.

고한·사북·남면 지역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위원장 송재범)는 직계가족이 원하면 카지노 출입을 막을 수 있도록 하는 준칙을 강원랜드측에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아이들 교육문제도 걱정거리다.

환락과 도박 문화가 아이들의 정서를 뒤흔들지 모르기 때문.

정선=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