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8시30분.금융감독원 직원들은 모두 신문을 보고 있었다.

감사실도 홍보실도 검사국 직원들도 모두 열심히 메모까지 하면서 신문을 열독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불과 1시간30분 후면 시작될 국정감사에서 ''정현준 게이트''가 주요 이슈가 될 게 뻔한데도 직원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아는게 없기 때문이다.

신문에 보도된 내용을 정리하는 게 고작이었다.

물론 이번 사건의 열쇠는 내부 직원이 쥐고 있다.

15억-16억원의 주식과 현금을 받은 것으로 장래찬 전 비은행검사1국장(현 대기발령중)이 당사자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날 국감이 시작되는 순간까지 장 국장의 행방을 파악하지 못했다.

총무국에 이유를 물어봤다.

대답이 엉뚱했다.

직원들에 대해서는 유·무선 전화연락망만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주소는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기자를 따돌리기 위한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유야 어쨌든 장 국장이 전날 집에 들어갔는지 시내 어디서 지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속타는 금감원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장 국장 전화만을 기다렸다.

장 국장은 3∼4차례전화해 금품수수 여부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도 않은채 횡설수설만 했다고 한다.

장 국장은 감사실 직원을 시내 모처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약속까지 어겨 금감위원장을 비롯한 전 간부의 애를 태웠다.

결국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국감 현장에서 "장 국장이 전화를 걸어와 사설펀드에 1억5천만원을 투자했다는 것을 시인했으며 이는 지인의 돈을 맡아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는 사실만 확인해 주었다.

물론 소재지 파악이 안된다는 궁색한 답변과 함께.

이 위원장은 한국투신과 신용보증기금,산업은행을 거치면서 ''조직관리의 달인''이라는 평을들어온 사람이다.

지난8월 취임해서는 선진금융감독 기관을 모토로 한달만에 전 조직을 흔드는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이날 드러난 금융감독원의 내부직원 관리시스템은 허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의원들이 3시간 20분동안 금융감독당국의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를 추궁하자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선언했다.

부실한 조직관리도 책임져야 할 대상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