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케임브리지에 하버드대학과 나란히 있는 매사추세츠대학(MIT).이공계로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대학이다.

이 학교를 ''최고''로 만든 요인은 여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아주 이색적인 게 하나 있다.

바로 학생들의 숫자감각이다.

캠퍼스 한가운데 있는 본관건물은 리처드 콕번 매클러린빌딩이다.

6대총장의 이름을 땄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매클러린빌딩이 어디냐고 물으면 대부분 모른다고 한다.

그들에겐 그저 ''빌딩10''으로 불릴 뿐이다.

MIT에선 모든 게 숫자로 통한다.

''빌딩2''에서 강의를 듣고 ''로비7''에 모여 잡담을 나누며 ''W15''에서 예배를 본다.

''나는 6과 18이다(컴퓨터와 수학전공이란 뜻)''란 말까지 자연스럽게 나온다.

방문객들에게는 비밀번호 같지만 번호사용이 가능할 경우에는 원래 빌딩이름을 쓰지 않는다.

남학생 아카펠라(무반주 노래) 그룹의 이름도 ''로그(log)''를 쓸 정도다.

데이비드 코크라는 거부가 2천5백만달러를 기부해서 세운 암센터 입구에는 분명 코크빌딩이라고 써있다.

그러나 이 빌딩도 단지 ''빌딩68''로 불린다.

세계최고 갑부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도 예외가 아니다.

빌 게이츠는 지난해 2천만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학교측은 ''빌딩20''을 허물고 그 자리에 컴퓨터랩을 세우는 중이다.

학생들은 절대로 빌 게이츠빌딩으로 부르지 않는다.

벌써부터 ''빌딩38''이라고 얘기한다.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처럼 불멸의 우주법칙을 발견하지 않는 한 개인의 이름을 숭배하지 않는 게 MIT의 분위기다.

졸업후 학생시절의 전통에 따라 ''로비7''이란 컴퓨터프로그램 회사를 차린 휴고 바바라는 이를 ''초효율주의''로 해석한다.

"최소한의 시간에 최대한의 정보를 전달하려는 과학정신"이라는 의미다.

MIT출신이 매년 노벨상수상자 명단에 들어 있는 것도 이런 전통과 무관하지 않을 게다.

MIT출신 노벨상 수상자는 현직교수 11명을 포함해 모두 47명.노벨상을 받은 미국인(1백22명) 전체의 40%선이다.

올해 경제학상을 공동수상한 대니얼 L 맥패든도 지난 78년부터 91년까지 MIT교수였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