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를 긴장으로 몰아넣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유혈분쟁 종식을 위한 중동정상회담이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함에 따라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공식적인 서명이 없었던 데다 일부 과격파들이 반대하고 있어 최종 타결로 이어질 지는 좀 더 두고보아야 할 것같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이날 성명은 <>이스라엘군의 요르단강 서안및 가자지구 철수와 팔레스타인 지구 봉쇄 해제 <>유혈사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향후 2주내 평화과정 복원방안 논의 <>가자지구 공항 재개방 등을 담고 있다.

이틀간의 마라톤 협상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합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던 이번 회담에서 일단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은 것은 협상이 결렬될 경우 유혈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인해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를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마련, 사태악화를 막은 "시간벌기"에 불과하다고 보고있다.

따라서 "실질적인 결렬"을 "표면적인 합의"로 포장한데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회담의 최대 쟁점이었던 유혈사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관련,성명은 사태의 책임을 조사할 "사실규명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위원회의 구체적인 구성방안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양측이 실질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채 원칙적인 방향만 선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회담이 끝난뒤 이스라엘측은 이번 합의가 당사자간 동의라는 점을 강조,만족을 표시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측에서는 반발이 잇달았다.

분쟁당사자인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아라파트 수반이 클린턴 대통령의 발표를 뒷받침할 만한 공식협정이나 성명에 공식서명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 회담이 합의에는 성공했지만 당장 유혈충돌 사태가 종식될 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정상회담 주선국인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도 "이번 합의사항이 기대에 못미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실제 합의발표 이후에도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시위대간의 충돌은 계속됐다.

이날 가자지구에서는 양측 충돌로 10여명이 부상당하기도 했다.

이라크가 지원하는 팔레스타인 과격단체도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곧 재개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이번 합의안이 오는 21일 카이로에서 열리는 아랍 정상회의에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로선 자칫 유혈사태가 더 확산되지 않을까하는 회의적 시각도 많다.

한편 중동정상회담이 합의안 성명이 발표된뒤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날 런던석유시장에서 브렌트유 11월물은 배럴당 31.90달러에 거래됐으나 평화안 합의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배럴당 30.80달러로 급락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