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박세리가 왜 그래?''라고 물어오는 골퍼들이 많다.

그 말에는 박세리가 슬럼프에 빠지지 않았나하는 암시가 있다.

미국 진출 첫해와 그 이듬해에 4승씩을 거두며 세계 정상급골퍼로 도약한 박세리가 올해는 우승을 못했으니 일견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골프의 속성을 조금이라도 아는 골퍼라면 그런 질문은 함부로 할 수 없다.

본인도 "우승은 못했지만 많은 것을 깨달은 한 해였다"고 말한다.

삼성월드챔피언십이 끝난 뒤 현지에서 박세리의 속마음을 들어보았다.

-미국 진출 후 처음 두 해와 3년째인 올해를 비교하면.

"98년과 99년은 정말 바쁜 해였다.

갑자기 스타덤에 오르다보니 어떻게 지내왔는지 모를 정도였다.

올해는 나 자신을 반추해볼 수 있는 해였다.

부족한 점을 깨닫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계기였다.

생각하는 것도,사람을 대하는 것도 한 단계 더 성숙해졌다.

2000년은 나에게 뜻깊은 해다"

-올해 아직 우승을 못했는데.

"우승을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톱10''에 열번이나 들었다.

나 자신은 이것이 부진한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

어찌보면 우승보다 값진 결과다.

고국팬들의 ''우승 기대''는 나에 대한 관심,나아가 더 큰 선수로 성장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

-스윙이 예전과 달라진 것 같은데.

"코치 톰 크리비의 조언을 들어 스윙을 교정중이다.

스윙을 쓸 데 없이 크지 않게 하되 헤드스피드와 정확성을 높이는 쪽으로 바꾸고 있다.

내년에는 콤팩트한 스윙을 선보이겠다"

-프리샷 루틴이 달라진 것도 스윙교정 때문인가.

"그렇다.

예전에는 실제 스윙과 똑같이 연습스윙을 했는데 지금은 클럽헤드를 뒤로 60㎝ 정도만 보내고 만다.

왜글을 좀 크게 하는 정도다.

그것이 실제 스윙에서 정확한 궤도로 클럽을 들어올리는 데 도움을 준다"

-퍼팅 루틴도 많이 달라졌는데.

"어드레스 후 볼 앞에 헤드를 놓았다가 볼 뒤로 가져가는 동작을 생략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또 가끔 오른손만으로 퍼터를 잡고 왜글을 하는 것은 템포와 리듬을 유지하려는 목적이다"

-그린에서 ''측량추''(plumb-bobbing)방법도 쓰던데.

"퍼팅라인을 파악한 뒤 그것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측량추방법을 쓰고 있다.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린에서 버디 기회라고 생각하는 거리는 얼마 정도인가.

"홀까지 약 4m 이내면 버디를 노린다.

10m 안팎의 롱퍼팅에서는 퍼팅이 아주 잘 될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홀에 근접시키는 전략을 쓴다"

-골퍼들은 거리에 관심이 많다.

비거리를 늘리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자신만의 리듬으로 스윙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평소 연습하던 대로의 리듬,평소 거쳤던 프리샷 루틴을 지켜야 일관된 샷이 나오고 그것이 장타를 낼 수 있는 길이다.

아마추어들은 연습스윙 때는 리듬을 유지하다가도 실제 스윙에 들어가면 빨라지는 경우가 많다"

-프로암대회에서 아마추어들의 플레이를 볼 기회가 많을텐데 그들의 공통적 결점을 지적한다면.

"헤드업이 가장 많고 다음은 스윙 도중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이번 대회 4라운드 동안 남자친구인 로렌스 첸이 따라다녔다.

플레이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신경을 거슬리는가.

"플레이할 때 누가 옆에 있으면 힘이 나는 편이다.

첸도 마찬가지다"

샌프란시스코=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