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184) 제2부 : IMF시대 <4> 살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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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상화
"어머니 만나보았어?"
이미지의 체취가 배어 있는 침실로 들어서는 진성호의 귀에 사흘 전 불꺼진 침실에 누워 옆에 있는 이미지에게 자신이 한 말이 들려왔다.
의식불명인 아내가 의식회복 기미를 보인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어머니가 이미지를 만나자고 한 날 밤이었다.
"만나뵈었어요"
"어머니가 뭐라고 하셔?"
"아기를… 어머니가 키우겠다고 하셨어요…"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했으면…좋겠어요.당신 생각을 따르겠어요"
"내 생각은…어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우리가 이해 못하는 이유가 있을 거야.…우리를 해칠 사람은 아니잖아…"
"…그렇게 할게요.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울음 섞인 이미지의 말을 끝으로 곧 깊은 잠에 떨어진 진성호는 그날 밤 꿈속에서 머리를 풀어헤치고 통곡하는 여인의 모습에 시달렸었다.
순간 진성호는 회상에서 깨어나 통곡하는 여인의 모습이 꿈속이 아니라 그날 밤 자신이 잠자고 있는 동안 이미지가 실제로 그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가슴에 통증이 찾아왔다.
자신은 분명히 자신의 아기를 밴 여자에게서 그 아기를 빼앗는 음모에 동참했다는 느낌이 들었고,자신의 말에 이미지가 느꼈을 배신감과 고통이 순간적으로 그에게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원래 그는 그렇게 잔인하고 무감각한 사람이 아니라고 자신에게 다짐했다.
그러면 무엇이 그의 감정을 그렇게 무디게 했나! 자본주의? 경쟁? 뇌물? 위선? 쫓김? …그 이유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자신은 이미지라는 여자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혔음을 알았다.
그러나 이미지가 입은 마음의 상처가 어떤 약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도 그의 앞에 많은 시간이 널려져 있고 그 기간 동안 자신의 사랑으로서 이미지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
그리고 보니 과거에도 그 자신은 자신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 항상 그의 앞에 펼쳐져 있을 것 같은 미래의 시간에서 보상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얻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침실을 막 나오려다가 침대 옆 탁자에 놓인 메모지에 진성호의 시선이 갔다.
그는 탁자 쪽으로 가 메모지를 집어들었다.
이미지의 필체가 분명한 글이 적혀 있었다.
''당신에게,얼마동안 친구가 사는 시골에 가 있기로 했어요.
당신에게 허락을 받고 가고 싶었지만 혹시 허락해주지 않을까봐 겁이 났어요.
용서해주세요.
전화연락 드리겠어요.
P.S.시골에 가는 이유는 그냥 얼마동안 혼자 있고 싶어서예요.
…아니에요.
혼자가 아니에요.
뱃속의 아기는 항상 저와 같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결코 외로울 수 없어요''
이미지의 편지를 읽은 진성호는 몹시 당황했다.
당장 연락하고 싶었지만 이미지가 있는 곳이 어딘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다.
편지내용으로 보아 별일 아닌 것 같았지만 전화로라도 그에게 연락하지 않고 여행을 떠난 것은 그녀로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사흘 전 어머니에게 아기를 준다는 결정으로 받은 심적 타격을 달랠 겸해 울적한 기분에 시골로 갔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 만나보았어?"
이미지의 체취가 배어 있는 침실로 들어서는 진성호의 귀에 사흘 전 불꺼진 침실에 누워 옆에 있는 이미지에게 자신이 한 말이 들려왔다.
의식불명인 아내가 의식회복 기미를 보인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어머니가 이미지를 만나자고 한 날 밤이었다.
"만나뵈었어요"
"어머니가 뭐라고 하셔?"
"아기를… 어머니가 키우겠다고 하셨어요…"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했으면…좋겠어요.당신 생각을 따르겠어요"
"내 생각은…어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우리가 이해 못하는 이유가 있을 거야.…우리를 해칠 사람은 아니잖아…"
"…그렇게 할게요.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울음 섞인 이미지의 말을 끝으로 곧 깊은 잠에 떨어진 진성호는 그날 밤 꿈속에서 머리를 풀어헤치고 통곡하는 여인의 모습에 시달렸었다.
순간 진성호는 회상에서 깨어나 통곡하는 여인의 모습이 꿈속이 아니라 그날 밤 자신이 잠자고 있는 동안 이미지가 실제로 그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가슴에 통증이 찾아왔다.
자신은 분명히 자신의 아기를 밴 여자에게서 그 아기를 빼앗는 음모에 동참했다는 느낌이 들었고,자신의 말에 이미지가 느꼈을 배신감과 고통이 순간적으로 그에게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원래 그는 그렇게 잔인하고 무감각한 사람이 아니라고 자신에게 다짐했다.
그러면 무엇이 그의 감정을 그렇게 무디게 했나! 자본주의? 경쟁? 뇌물? 위선? 쫓김? …그 이유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자신은 이미지라는 여자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혔음을 알았다.
그러나 이미지가 입은 마음의 상처가 어떤 약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도 그의 앞에 많은 시간이 널려져 있고 그 기간 동안 자신의 사랑으로서 이미지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
그리고 보니 과거에도 그 자신은 자신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 항상 그의 앞에 펼쳐져 있을 것 같은 미래의 시간에서 보상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얻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침실을 막 나오려다가 침대 옆 탁자에 놓인 메모지에 진성호의 시선이 갔다.
그는 탁자 쪽으로 가 메모지를 집어들었다.
이미지의 필체가 분명한 글이 적혀 있었다.
''당신에게,얼마동안 친구가 사는 시골에 가 있기로 했어요.
당신에게 허락을 받고 가고 싶었지만 혹시 허락해주지 않을까봐 겁이 났어요.
용서해주세요.
전화연락 드리겠어요.
P.S.시골에 가는 이유는 그냥 얼마동안 혼자 있고 싶어서예요.
…아니에요.
혼자가 아니에요.
뱃속의 아기는 항상 저와 같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결코 외로울 수 없어요''
이미지의 편지를 읽은 진성호는 몹시 당황했다.
당장 연락하고 싶었지만 이미지가 있는 곳이 어딘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다.
편지내용으로 보아 별일 아닌 것 같았지만 전화로라도 그에게 연락하지 않고 여행을 떠난 것은 그녀로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사흘 전 어머니에게 아기를 준다는 결정으로 받은 심적 타격을 달랠 겸해 울적한 기분에 시골로 갔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