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LG화학을 3개 회사로 분리하고 LG전자의 광저장장치 사업에 대해 일본 히타치사와 합작키로 한 데는 장·단기적인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장기적으론 경영체제를 지주회사로 전환키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것이고 단기적으론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드라이브에 부응하는 제스처로 풀이된다.

동시에 해외 전략제휴 및 기업 분할을 통해 기업지배구조와 사업구조를 전격 전환함으로써 주가 관리 및 기업이미지 개선 효과도 노리고 있다.

LG는 2003년까지 지주회사 경영체제로 전환키로 하고 내년까지 주력인 화학과 전자 부문을 사업지주회사로 만들고 이후 두 사업과 관련된 20∼30개 자회사를 거느린 자기자본금 5조∼6조원의 순수지주회사인 ''LG지주회사(LG Holdings)''를 설립한다는 장기 플랜을 갖고 있다.

◆LG화학의 3개사 분할 추진=내년까지 완성키로 한 LG화학의 화학분야 사업지주회사 전환 방침을 확고히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또 LG화학을 생명공학 중심의 첨단기업 이미지로 바꾸고 외자유치 여건을 조성한다는 다목적 포석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이번에 생명과학 사업을 포함한 기존 사업군(LG화학)과 생활건강사업,전자정보소재를 포함한 석유화학사업을 분할,3개 회사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사업지주회사로서 생활건강과 석유화학을 사업 자회사로 거느린 형태로 재편할 방침이다.

LG 관계자는 "사업지주회사인 LG화학은 앞으로 사업자회사에 대한 출자 관리와 미래 신규전략사업에 대한 투자 등 인큐베이팅의 기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차후엔 LG화학에서 생명과학 분야도 별도 사업자회사로 독립시킴으로써 전자분야 사업자회사들을 포함한 순수지주회사로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LG는 LG화학의 이미지 개선을 통해 주가관리 등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LG화학은 그룹의 모 기업으로 1947년 출범(락희화학)한 이후 이른바 ''동동구리무''''럭키치약'' 등 구세대적인 제품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사업군에 항암제 등의 바이오사업과 2차전지 등의 첨단 전자정보소재가 포함돼 있었음에도 주가 등에서 뒷받침을 받지 못했다는 것.

LG 관계자는 "미래 첨단사업으로 평가되는 생명과학 분야에 주력할 경우 추진 중인 해외DR 발행 등 외자유치에서도 상당히 유리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각 사업군의 이질적 특성으로 인해 한 울타리에 있었지만 시너지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점도 LG화학의 분리를 추진하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이는 LG전자가 최근 단말기업체인 LG정보통신을 시너지 효과를 위해 합병한 것과 완전히 상반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봉식 대우증권 부장(화학분야 애널리스트)은 "LG화학이 분리될 경우 그동안 매출액 4조6천억원에 이르는 거대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오히려 축소되는 약점도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LG전자 광저장장치사업 일본 히타치와의 합작=LG전자가 내년 중 사업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는 모 회사의 몸집을 가능한 한 줄이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전자 내에서 알짜사업으로 꼽히는 CD롬 드라이브 등 광저장장치 사업을 분리해 외자유치 효과를 거두면서 내년 중 사업지주회사로 전환할 때의 비용도 절감하겠다는 계산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LG전자의 각종 사업부문에서 해외 기업들과의 전략제휴성 합작이 잇따를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LG는 현재 브라운관 등 다양한 사업분야에서도 외국 기업과 합작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진식 기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