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을 인수키로 본계약을 체결했던 미국 네이버스컨소시엄이 대금납입기일인 지난달말까지 돈을 입금시키지 않아 매각계획이 무산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아직 네이버스측의 명확한 입장표명이 없어 거래가 무산됐다고 속단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일단 기업구조조정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매매쌍방이 거래계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어느 한 쪽의 경제 여건과 상황이 많이 달라져 당초 약정한 내용을 지키기 어렵게 된다면 계약을 파기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데 대한 불이익은 감수하는 것이 마땅하고,이를 계약조건으로 명문화하는 것은 관례다.

특히 기업의 국제매매 계약은 최소한의 계약이행보증금이라도 걸도록 하는 것이 국제상거래의 기본이다.

그런데도 이번 한보철강 매각 계약은 그같은 기본적인 요건조차 누락시켰다는 점에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더구나 대우자동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미국 포드사가 인수포기를 일방적으로 선언한데 대해서도 같은 맥락의 문제가 제기된 터여서 기본적으로 국가차원의 국제거래 전략과 협상능력 결여를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같다.

물론 개별거래가 이뤄지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특히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진행된 거래는 성사되기까지의 내밀한 속내를 들여다 보면 불가피한 사정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계약파기에 대한 안전장치를 누락시킨 오류가 합리화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급할수록 돌아 가라는 격언도 있지 않은가.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채권단은 네이버스측에 대해 명확한 입장표명을 요구하고 최종적으로 계약이 파기되면 손해보전을 위한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한다.

채권단의 신속한 수습을 기대하지만 더욱 긴요한 것은 앞으로 유사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