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서부대개발에 본격 나섰다.

지난 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시작하면서 내건 "용두용미론".

상하이를 중심으로 하는 용머리(동부)의 발전을 용꼬리(서부내륙)로 확산시켜 중국의 고른 경제개발을 이룬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중국 서부대개발의 현장을 3회 시리즈로 살펴본다.

---------------------------------------------------------------

중국 서부 내륙의 충칭(重慶) 직할시.

시내 중심인 셰팡베이(解放碑) 거리는 개발의 손길을 기다리는 도시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번화하다.

상하이와 다를 게 없다.

셀 수 없이 많은 백화점과 은행,고층 빌딩이 위용을 뽐낸다.

맥도날드 KFC 등 패스트푸드점은 화려한 옷차림의 젊은이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태평양백화에서 만난 여대생 관훙(關紅·21).

그는 2천5백위안(1위안=약 1백30원)이나 하는 원피스를 아무 망설임없이 구입했다.

"서부대개발 덕분인지 아버지 사업이 날로 번창하고 있어요"

관훙은 이 백화점이 주변보다 서너배 정도 물건 값이 비싸 그만큼 편하게 쇼핑할 수 있다고 태연히 말한다.

중국의 용꼬리는 벌써 서부 대개발 분위기에 흠뻑 젖어 있다.

대규모 산업단지와 첨단 공장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거리엔 활기가 넘친다.

서부개발 프로젝트는 특화된 산업단지를 각 지방에 구축하고 도로와 철도,항공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과감히 투자해 중국의 혈맥을 하나로 잇겠다는 원대한 구상.

충칭 시안(西安) 청두(成都)가 그 중심이다.

오토바이 생산업체인 쭝선(宗申) 그룹은 충칭시가 자랑하는 기계산업의 대표주자다.

연간 60만대의 오토바이와 1백20만대의 엔진을 생산하느라 연간 휴무일은 사흘에 불과하다.

오토바이 10만대와 엔진 50만대는 양쯔(揚子)강과 상하이를 거쳐 해외로 실려 나간다.

쓰촨(四川)성 시안시의 시안 하이싱(海星)실업은 미국 컴팩과 합작해 컴퓨터와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를 조립 생산하고 있다.

리진샤(李津霞) 사장비서실장은 "무엇보다 풍부한 고급인력이 든든한 자산이 되고 있다"며 "이제 쓰촨성의 정보통신(IT) 산업은 동부와 비교해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말한다.

주하이후(竺海潮) 시안첨단기술산업개발구 관리위원회 부국장은 "시안은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발사체(로켓)기술 등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지역"이라고 자랑했다.

상하이에서 2천5백㎞나 떨어진 이곳은 더이상 오지가 아니다.

최첨단 산업화의 물결이 밀려들고 있는 중국 경제발전의 살아있는 현장이다.

우후죽순처럼 솟아오르는 고층 빌딩과 도시의 굉음.

서부대개발은 이미 시작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충칭=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