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운전자들의 차량유지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원유가가 사상최고치로 치솟고 있는데다 국내 유류가격체제 개편으로 내년부터 유가가 급증할 것이 불가피해지고 있기때문이다.

자동차산업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인상될 때마다 유류가격은 리터당 15원 정도씩의 인상요인이 생긴다.

국제유가가 국내 유류가격에 반영되는 데는 통상 한달 이상의 시차가 있다.

9월현재 리터당 1천3백29원인 휘발유가격은 지난7월에 배럴당 27달러로 구매된 국제유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배럴당 33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는 국제유가를 평균 30달러 정도로만 잡는다고 해도 휘발유가격은 1천3백75원으로 9월가격보다 3.5% 정도 인상된다는 추론이 나온다.

국제유가가 32달러를 넘게 되면 휘발유가격은 1천4백원 선으로 진입하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경유와 LPG 가격도 동반상승이 불가피하다.

민주당과 정부는 유가 체제개편을 통해 경유와 LPG가격을 휘발유의 절대가격 수준과 관계없이 내년부터 오는 2006년까지 6년간에 걸쳐 순차적으로 각각 휘발유가격의 75%와 60% 수준으로 올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기준이 되는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 경유와 LPG가격도 자동적으로 비례해서 그만큼 더 오르게 되므로 자동차운전자들은 이중으로 기름값인상을 감내해야할 처지다.


<>유가체제 어떻게 바뀌나=당정이 마련해 올해 가을 정기국회에 올릴 유류가격개편안은 9월현재 1백대 47대 26으로 돼있는 휘발유와 경유 LPG 가격비율을 2006년까지 1백대 75대 60으로 올리는 내용으로 돼있다.

당초 정부안보다 최종 인상기간을 3년에서 6년으로 늘렸다지만 경유의 경우 현재 리터당 6백4원인 것이 2006년엔 9백59원으로 58.7% 오르게 된다.

LPG는 리터당 3백37원에서 7백67원으로 1백27.6%나 인상된다.

여기에는 국제원유가 인상으로 인한 휘발유가격 인상에 따른 추가인상분은 빠져있어 실제 인상율은 이보다 더 클 것이 분명하다.


<>차량유지비 얼마나 늘게 되나=경유를 사용하는 1톤 트럭의 경우 연평균 주행거리를 3만7천6백km로 잡을 때 연간 유류비는 평균 1백80만원에 이른다.

당정의 시안대로라면 1톤 트럭 이용자는 2006년 1백5만6천원의 연료비를 더 부담하게 된다.

리터당 6백63원(9.7% 인상)으로 오르는 내년 한해에만도 유지비가 17만4천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

LPG차량 이용자의 비용부담은 이보다 훨씬 크다.

연평균 주행거리가 3만2천5백km인 LPG 소형미니밴의 연간 연료비는 1백10만원.

당정 안대로 내년에 LPG가격이 리터당 4백9원으로 올라가면 연간 23만4천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2006년에는 지금의 연간 연료비보다도 많은 1백40만3천원을 추가로 물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대여론도 많아=자동차업계에서는 LPG차의 연비가 6-8%로 휘발유 차량의 절반 정도인데다 힘이 떨어지는 특성을 감안할 때 가장 큰 매력인 LPG의 연료값이 휘발유의 50%를 넘으면 LPG차의 경쟁력이 상실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정의 시안대로라면 LPG 연료가격이 휘발유의 54% 수준으로 올라가는 2005년부터는 LPG차량의 구매요인이 소멸된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인상폭을 낮춰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는 이미 업계의 의견을 모아 LPG 가격을 휘발유의 35% 수준으로 낮추는 내용의 건의서를 정부에 낸 상태여서 국회 심의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협회는 경유 가격도 휘발유의 60%가 적정하다는 의견이다.

이와 함께 휘발유 가격 자체를 인하해야한다는 주장도 강하다.

이같은 주장은 리터당 1천2백79원인 휘발유가격이 선진국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의 평균가격 1천1백57원보다 높다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또 시안에 따를 경우 세수가 5조원 이상 늘어나는 만큼 소비자의 부담 경감 차원에서 자동차의 구매 등록 보유단계 등에서의 관련세금을 낮춰야 한다고 의견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