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으로 기업가치가 곤두박질치자 최고경영자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연말이면 경영평가를 받아야 할 입장에서 최근의 주가 폭락은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점수를 한꺼번에 잃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삼성 LG SK 등 주요 그룹의 전문 경영인들은 경영실적을 평가받을때 회사주가 수준이 반영된다.

삼성은 경영 평가의 30%를 주가와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고 나머지는 EVA(경제적 부가가치)를 따져 반영하고 있다.

LG와 SK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해당 기업의 주가를 경영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삼성의 한 전자계열 대표는 "올해 사상 최대 수익을 거둘 정도로 기업의 내재 가치는 커졌는데도 주가는 오히려 반토막 났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주가하락은 보유 유가증권의 가치를 떨어뜨려 부채비율을 악화시키고 순이익을 감소시킨다.

지난 6월말 현재 삼성전자 5조1천8백8억원,현대중공업 2조9천93억원,LG화학 2조1천2백34억원,SK 4조2천1백39억원의 투자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투자유가증권의 가격이 하락하면 연말결산 과정에서 자본조정을 통해 자기자본이 줄게 돼 재무구조가 나빠진다.

이와는 별도로 1년 이내 처분할 수 있는 단순 유가증권의 경우 가격이 떨어지면 시가평가에 의해 순이익을 감소시키게 된다.

김석중 전경련 상무는 "주가가 하락하면 주요기업들이 그동안 애써 일군 구조조정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기업의 신용이 악화될 수 있다"며 "대부분의 최고경영자들이 이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들의 또 다른 고민은 주주들이 입을 손실에 있다.

30대 그룹에 포함된 한 기업의 대표이사는 임직원들에게 전화를 걸어온 개인 투자자들에게 기업가치가 장기적으로 주가에 반영될 것이란 설명을 하도록 지시 하기도 했다.

물론 주주뿐 아니라 주가 하락에 따른 최고경영자들의 개인적인 손해도 만만치 않다.

올초 삼성전자의 경우 76명의 임원에 3만∼10만주 가량의 스톡옵션을 주기로 했다.

행사가격은 26만∼27만원선으로 2003년 3월부터 4년 동안 행사할 수 있다.

20만원선까지 떨어진 삼성전자의 주가가 회복하지 못할 경우 스톡옵션에 걸었던 부품 꿈은 물거품이 된다.

위경우 숙명여대 교수는 "전반적인 경영여건의 악화로 기업을 이끌어가는 경영인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면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경쟁력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